여자가 인도 여행할 때 도시에 가면 지겹게 듣는 말이 있다. 릭샤왈라들이 부르는 소리 “마담”이다. (물론 그다음에 ‘웨어 알 유 고잉?’ 이 따라붙는다)
어디를 지나갈라 치면 어느새 와서 마담 마담~ 하고 호객행위를 한다. 처음에는 생각한다. 내가 마담이라고...? 존칭의 의미로 쓰는 건 알지만 그래도 좀 그런데? 그러나 이런 한국적인 생각은 '마담'소리를 며칠만 들으면 금세 적응된다. 적응한다라기보다는 무감각해진다. 그저 대답 없이 빨리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집중하며 걸음이 빨라진다. 그리고 어디를 가든 릭샤꾼이나 다른 호객꾼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가면 벌써 긴장한다. 빨리 지나가야지, 관심 없는 척해야지, 하면서.
가끔 궁금하기도 하다. 저렇게 수십대가 모여 있을 때 한 명이 선택되는 건 어떤 기준일까? 서로가 경쟁자인가? 그렇다면 서로 싫어하기도 할까? 한국의 택시승강장은 순서라도 있는데. 물론 릭샤꾼들 사이에서도 서로 밀어주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도착지에 따라서. 또한 거리에 따른 정액으로 진행하는 공공(?)릭샤도 있었던 것 같다 많진 않았지만.
이러나저러나 이제 징글징글하다. 아무도 나를 마담이라고 부르지 않는 평화로운 곳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진다. 그렇지 않아도 온갖 소음으로 정신이 없다.
어느 때는 릭샤가 꼭 필요하다. 대중교통으로 가기엔 복잡할 때나 혹은 다른 교통수단이 없을 때. 릭샤에 눈을 돌리기가 무섭게 나에게 접근해 온다 그들이. 이제 가격 협상을 할 차례이다.
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경험했겠지만 처음 그들이 부르는 가격은 거의 바가지로 보면 된다. 그들이 너무 비싼 가격부터 시작해서, 나는 매우 싼 가격으로 대응한다. 혹시 거절당하면 어떡하지 하는 초조함도 있다.(너무 말도 안 되게 낮게 부르다가 아예 까일까봐?) 그러나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이분들은 협상을 접지 않는다. 손사래를 치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끝까지 나와 얘기한다. 마치 물건값을 흥정할 때와 비슷하다.
나의 경우 처음 듣는 가격에서 일단 반을 깎는다. 몇 번의 숫자가 오고 가다 보면 대략 평균치가 나온다. 여행책자에도 쓰여 있고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지불하는 그런 금액. 어차피 금액은 비슷한 선으로 정해져 있고 여행자들은 모두가 나와 같을 텐데 이분들은 왜 이렇게 매번 힘든 과정을 거치는 걸까. 저렇게 열 번을 하다 보면 한두 명은 걸려드는 모양이다. 그렇게라도 일을 따 내서 기분이 좋은 릭샤꾼의 릭샤를 타고 나는 편하게 이동한다.
가끔 대도시를 벗어나 내가 원하는 조용하고 비교적 깔끔한 동네에 가는 경우가 있다.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런 곳엔 릭샤꾼들도 모여서 뭘 먹거나 떠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주 앉아 장기 같은 걸 두고 있곤 한다. 내가 지나가더라도 나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아쉬운 내가 먼저 말을 걸어야 하는 이 상황, 낯설고 이상하다. 내가 원했던 조용함이 이런 것이었나? 그런데 이들은 내가 부르는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단번에 거절한다. 그리고 다시 하던 게임을 한다.
너무 당황스럽다. 아니 왜 안 달라붙는 거지? 협상 들어오라고요..! 원래 그렇게 하는 거 아닌가요?
기분이 묘하다. 갑이었다가 갑자기 을이 되는 느낌.
그래, 생각해 보면 여행자는 을이다. 말도 안 통하고 아는 것도 없는데 그나마 아는 목적지까지 안태워주면 뭐 어쩔것인가? 그동안 돈 좀 쓴다고 의기양양하게 돌아다닌 스스로를 반성했다. 그리고 나에게 너무 달라붙는다고 귀찮아했던, 나를 마담이라고 먼저 불러준 그 복잡한 도시 한가운데의 릭샤꾼들이 심지어 그리웠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 사람들은 매우 부지런하고 의욕이 넘치며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