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염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by 우주속의 먼지

면역력이 떨어지면 몸의 부실한 어느 부분부터 이상이 온다고들 한다. 나의 경우는 방광이다. 급성으로 올 때면 가만히 있지 못하고 미친 사람처럼 다리를 움직이고 몸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고통스럽다. 처음 걸렸을 때 여성비뇨기과에 갔다. 그때 놀랍게도 모두가 차분히 대기의자에 앉아 있던 것이 기억난다. 난 가만히 서 있지도 못하는데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있지? 환자 맞나? 내가 심한가? 접수를 하고 나서도 앉아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결국 접수처에 다시 가서 하소연했다. 접수처에서도 내가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였는지 다행히 먼저 진료해 줬다. 링거를 맞고 차차 안정되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래도 진통제와 항생제였겠지.


사람마다 정도가 다르겠지만 방광염이 어떻게 아픈가를 누군가에게 설명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오줌통로에 오줌 대신 철사가 들어가 있는 것 같고 오줌 눌 때도 그 철사가 빠져나오는 느낌이라고. 그나마 화장실에서만 아픈 거라면 다른 일상을 견딜 수 있는데 평소에도 저 정도 상태의 통증이 온다. 절대 버틸 수가 없다. 잠을 못 자는 건 당연하고 그냥 몸을 가만히 둘 수가 없다. 달궈진 냄비 위에 있듯이 몸을 계속 움직이고 발발거리게 된다. 그럴 때면 그냥 응급실에 실려 가서 아무 주사나 맞고 기절하고 싶다. 주사 쇼크가 있어서 늘 주삿바늘이 몸에 들어오는 걸 주저하고 살고 있지만 방광염 앞에서는 절대 아무 주사도 가리지 않는다. 이렇게 인간은 조금 더 고통이 덜한 쪽을 아주 빠른 시간에 본능적으로 선택하나 보다.


아플 때 잠을 잘 수 있냐 없냐의 문제는 중요하다. 잠을 잘 수 있다면 회복할 시간과 고통을 잊을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몸살이나 감기, 외상, 배탈, 두통 등이 있을 땐 그래도 잠은 잘 수 있다고 본다. 방광염의 가장 안 좋은 점 중의 하나는 잠을 잘 수 없는 아픔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몸을 가만히 두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병원에 가서 진통제를 쏟아붓지 않는다면 약국 약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리고 정확히 잠을 방해하는 고통이 온다.


그 고통은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마치 들을 수 없는 데시벨의 소리가 강하든 약하든 귀에 타격을 주는 것과 같다. 그래서 잠을 거의 못 자고 밤을 보내고 있다 보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괴롭힘을 당하는 상태로 잠을 못 자다 보니 아름답고 고요한 밤을 만끽할 여유도 당연히 없다. 그냥 시간이 빨리 지나가거나 내가 이걸 참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몸을 방치하는 것 밖에 없다.


가장 힘이 되는 것은 엉뚱하지만 오락이다. 어렸을 때 친척이 입원하면 미니오락기를 사다 주곤 했는데 정말 찰떡같은 선물이었던 것이다. 정신을 다른데 쓰면서 시간을 보내는 데 이보다 좋은 것은 없다.

그리고 무언가를 먹는다. 인간의 몸은 신기하게도 먹는 행위를 하는 동안 다른 아픔이 조금 줄어든다. 심지어 기침을 5초에 한 번씩 할 때조차 음식이 입에 있으면 기침을 잘 안 하게 된다. 생존 본능일까. 먹는 동안 생기는 쾌락의 호르몬이 아픈 신경을 살짝 마비시키는 것일까.


항생제를 일주일정도 먹으면 침투해 온 균은 웬만하면 죽는다. 그러나 내가 약해지면 또 온다. 나쁜 균들은 어차피 몸 여기저기 넘쳐나고 나의 면역력이 낮아지기만 기다릴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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