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 미스터리

아무것도 모르는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by 우주속의 먼지

좁다.

커피숍, 식당, 미용실.... 다른 가게들은 아주 작은 규모와 아주 큰 규모가 다양하게 있는데 유독 세탁소는 모두 작다. 조금 더 넓은 공간을 사용할 수는 없는 걸까? 아니, 어쩌면 공간의 크기와 상관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찾아가지 않은 옷들이 많을 테지. 그래도 최소한 옷에 파묻혀 있어 보이지는 않게끔 약간의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바쁘다.

문을 열고 들어가도 카운터에 아무도 없어서 기침을 하거나 인기척을 내거나 큰 소리로 인사를 해야만 하던 일을 잠시 두고 카운터로 달려온다. 이미 일거리가 넘쳐나서 버거워 보이는데 나까지 일을 맡기기 미안할 정도의 모습이다. 옷이나 신발을 맡기고 나면 언제까지 필요하시냐고 물어본다. 아마도 천천히 해도 된다는 대답을 기대하는 모습이지만 나는 다음 주까지라고 말한다. 그러면 속으로 내쉬는 한숨이 나에게도 들리는 것 같다. 일이 많아서 기쁜 걸까 아니면 귀찮은 걸까.


수첩에 글을 쓴다.

아무도 컴퓨터 작업으로 고객관리를 하거나 일을 기록하지 않는다 체인점을 제외하고는. 접수를 할 때 볼펜으로 써 내려가는 주인의 손글씨를 가만히 구경한다. 남의 손글씨를 보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라 그 짧은 몇 초간 글씨를 구경하는 것은 조금 특별한 재미가 있다. 그리고 다음에 그 장부를 볼 사람이 본인이 아니라 다른 직원이나 가족일 수 있으니 또박또박 써야 할 것이다. 그러느라 분명히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손님 입장에서도 햄버거 주문보다 몇 배는 더 걸린다. 그래도 그 잠깐의 시간이 뭔가 애틋하고 묘하다. 마지막 남은 몇 안 되는 옛날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일까.


먼저 연락을 주지 않는다.

이건 우리 동네 특정한 곳만 해당되는 것일 텐데, 준비가 다 되어도 찾아가라고 문자나 연락을 주지 않는다. 맡길 때마다 연락 달라고 신신당부를 해도 알겠다고 하고는 역시나 연락은 없다.

이건 짚히는 이유도 없다...... 이젠 그냥 적응한다. 달리 맡길 데도 없다. 내가 내 다이어리에 체크하고 알람을 켜두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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