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울분에 찬 순간이 한두 번이겠냐만, 가장 억울하던 때는 ‘울 때’였다. 보통은 내가 잘못해서 어른들에게 혼이 나고 그러면 울었다. 대부분은 혼나는 순간이 무서워서 울었고, 내가 오롯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내가 모든 잘못을 뒤집어쓰고 혼날 땐 억울해서 운 적도 있다. 이러나저러나 내가 울음이 터진 이유들은 내 입장에서는 타당했다고 본다.
그런데 정작 내가 억울한 때는 울음이 터진 다음이다. 어른들은 신나게 혼을 낸 다음에 나를 타이른다. 그러고 나면 내가 울음을 그칠 순서인가 보다. 근데 계속 울음이 멈추지 않는 나를 두고 어른들은 이렇게 말한다.
“뚝 그쳐! 뭘 잘했다고 울어?”
이 문장엔 동의할 수 없는 말이 두 가지가 있는데, 일단 뚝 그치라고 해도 울음을 그칠 수가 없다. 어린아이들에게 울음이란 기침이나 딸꾹질과 같은 현상이라 울고 싶다고 우는 것이 아니고 그치고 싶다고 그쳐 지지도 않는다. 두 번째로는, 뭘 잘했다고 우는 것이 아니다. 그냥 혼나는 것이 무섭고 그 순간이 싫어서 우는 것이지 절대 내가 잘했다고 울지 않았다. 울다가 보면 호흡도 가빠지고 정신이 없어져서 말도 할 수 없다. 나는 아무 말도 없이 울기만 하는데 왜 어른들은 그 울음 안에 내가 말하지도 않은 의견을 넣어서 해석하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우는 아이에게는 적당히 울 시간을 주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다. 울음은 한번 터지면 일정 시간의 총량 같은 것이 있어서 어느 정도 우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저절로 멈추게 되어 있다, 힘이 들어서라도. 어릴 때 매번 저런 얘기를 듣고 자란 나는 어른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멈출 수도 없는 울음을 멈추라고 하는 걸까. 정말 몰라서 그렇게 말하는 걸까. (아마 몰랐거나, 자기들도 어렸을 때 그랬다는 걸 까먹은 것 같다)
어느 날에는 울고 있는데 우는 걸 멈추라고 너무 심하게 다그쳐서 우는 와중에도 '울음을 멈출 수 없다'라고 설명하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울음 반 콧물 반에 딸꾹질까지 섞인 내 말소리는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다. 뭔가를 말하려 하면 할수록 나는 더욱 바보 같고 소심한 아이가 될 뿐이었다. 그러면 그런 나에게 화가 나서 더 울게 되는 악순환이 된다. 그래서 그때마다 입으론 아무 말도 못 했지만 머리로는 뇌에 딱지가 앉듯이 되새기곤 했다. 내가 어른이 되면 우는 아이에게 울음을 그치라는 말 따위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어릴 때의 이 울보는 어른이 되어서도 화가 나면 화를 멋있게 잘 내거나 필요한 말을 하기보다는 울기가 먼저 올라와서 눈물부터 나곤 한다. 눈물이 나면 입을 닫아야 하는 건 어렸을 때부터 깨달은 법칙이다. (잘못했다가는 침 흘리며 웅얼거리는, 추한 울보바보가 된다... 어릴 땐 귀엽기라도 하지...)
시원하게 욕을 한 바가지 퍼붓거나 따박따박 똑쟁이처럼 따지고 지르는 tv속 배우들을 보면, 가짜라도 좋으니 나도 저런 연기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언제쯤 멋있게 화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