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처럼 얘기할 수 있는 말일 수 있을 정도로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여름휴가"를 가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20년 가까운 사회생활동안 나에게는 저 말이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다. 남들 놀 때 일하는 성격의 직업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도 남들이 모두 놀 때 나도 따라 놀며 성수기의 관광지 가격상승에 동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에게 여름휴가란 그저 남의 얘기, 혹은 지루한 인사말 정도이다. 누군가 저렇게 물어올 때 나의 대답도 늘 한결같았다.
'나 여름에 휴가 안 갈 건데?'
생각해본다. 여름에 휴가를 가는 것이 맞을까?
여름휴가, 또는 겨울휴가는 아마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있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너무 더워서 일을 못하거나 너무 추워서 일을 못하기 때문에 잠시 일에서 멀어져 쉬다가 오는 취지가 아닐까.
반대로 생각하면 봄이나 가을처럼 좋은 날씨에는 일하기도 좋으니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부분에서 우선 동의가 되지 않는다. 왜 좋은 날씨에는 일을 해야 하고 좋지 않은 날씨에 휴가를 가냐고.
밖이 더우면 나가기 싫거나, 나가더라도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실내 어딘가에 있는 것이 가장 쾌적하다. 물론 계곡이나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도 있겠지만 휴가라고 해 봐야 일주일 남짓이 전부인 기간 동안 좋은 곳에서 잘 머물기 위해서는 연초부터 전투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 가면 모든 객실이 가득 차 있을 것이고 바닷가나 계곡은 거의 공공목욕탕 수준으로 사람들로 꽉 차 있을 것이다. 그것을 휴가라 부를 수 있는가.
겨울에도 마찬가지이다. 스키나 썰매를 타러 갈 수도 있고, 온천욕을 하러 갈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추울 땐 그냥 집에 머물거나 실내에 있는 것이 가장 좋다. 스키나 썰매는 주말에 타도 된다.
그럼 이 황금 같은 일주일의 휴가는 언제 가는 게 좋냐고?
꽃 피는 봄과 낙엽 지는 가을, 여름과 겨울에 가더라도 가장 더울 때와 가장 추울 때, 연말과 새해 전후를 피해 간다면 그나마 괜찮을 것이다. 피크타임을 제외한다면 선택지는 훨씬 많다. 아이 방학에 맞춰야 하거나 가족들 일정을 모두 맞춰야 하는 제한이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나의 자유 의지에 따라 선택한다면 절대 여름휴가를 여름에, 겨울휴가를 겨울에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날씨가 안 좋을 땐 더더욱 일을 열심히 하고 날씨가 좋을 땐 어떻게든 놀 궁리를 하는 것, 이것이 내 직장생활에 필요한 에너지의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