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아빠

by 우주속의 먼지

부모님 집에 카메라를 설치해두고 생각날때마다 켜본다.


아빠는 많은 시간동안 주무신다.

대부분 침대에 누운채로,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엔 보통 휠체어에 앉아서.

간병인 아줌마가 고맙게도 아빠를 몇 시간씩은 휠체어에 앉히지만

그 상태로 아빠가 주무시는지 티비를 보는지까지는 살피지 않는 것 같다.

나라면 아빠를 열심히 깨워서 티비를 보며 얘기를 나누려고 노력할 것이다.


아빠가 주무시는 건 편안한 상태여서일까

아니면 기운이 없어서일까


뇌를 하루만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어떤 상태이고 무엇이 가장 필요하고 뭘 원하는지 단번에 알텐데.

말 할 수 없는 상태의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인지, 말을 하기 싫은 상태인지조차도 알 수 없다.



삐딱했던 나의 10대 시절 대부분 적이었던 아빠는 뒤늦게

아무 움직임도 말도 없이 ‘사랑’ 에 대해 깨닫게 한다.

너무 자주 쓰여 말라 비틀어진 것 같은 그 단어를 싫어했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여러 단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말라버린 껍데기를 뚫고 들어가 저 깊은 중심으로 들어가면,

모든 단계를 지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가장 위대한 사랑을 증명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상대방의 기저귀를 갈아 줄 수 있는 것과, 상대방 대신 죽을 수 있는 것.



내가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생각해본다면

내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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