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전부터 바쁘게 살기를 좋아했다.
학교에 다니면서는 이런저런 일들을 찾아 일부러 극한의 스케줄을 만들기도 했으며,
방학 때도 과하다 싶을 프로젝트들을 혼자 막 하고 그런다.
난 여유가 싫었다. 게으른 느낌, 나태한 느낌... 그런 걸 떠나, 난 내 여유 안에서 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봐도, 인스타 그램을 봐도, 흥미로운 것도 하루이틀이지,
도서관은 게으름에 가기 싫고, 영화관 같은 여가활동은 돈 때문에 가기 싫다는 탓을 하며
틀어박힌 방 안에서 난 묘한 공허함을 느꼈다.
아주 잔잔한 공허함이, 끊임없이 마음을 맴돌며 커졌다.
난 그런 불필요한 공허함이 너무 싫었다.
어떤 여유는 뼈마디까지 닿는 듯 해 우울하게 만들었다.
나는 어쩌면 아주 작은 여유만 있어도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인 것이다.
그것이 초과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난 여유가 너무나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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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래도 책을 읽으며 조금 덜 외로운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