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천 미터 상공에서 펼쳐지는 춤사위 속으로
프리솔로 등반은 안전도구인 로프나 파트너 또는 어떤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기어오르는 행위이다. 사람들은 이 극명한 단순함 속에 순수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위험 가능성은 최고이다. 다시 말하면 추락은 곧 죽음이다. 50p
공포를 다루는 태도
가능하게 만드는 법
날카로운 지성을 가진 알렉스는 인생을 대단히 이성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는 실제로 "나는 위험을 무릅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주사위를 던지고 싶지도 않습니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결과와 위험을 구분할 줄 안다. 만약 프리솔로 등반 중 추락을 한다면 그것은 분명 최악의 순간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궁극적인 위험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과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난 프리솔로 등반에서 위험을 줄이고자 노력합니다. 다시 말하면, 나의 행위가 대단히 위험하긴 하지만 난 추락을 전제하지 않습니다." 50p
(데이비드 로버츠의 챕터)
나는 공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왔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공포 없이 등반하느냐(이것은 불가능하다)가 아니라, 신경조직의 말단까지 스며드는 공포를 어떻게 다루느냐이다.
...
나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공포를 느낀다. 만약 내 옆에 식인 악어가 있다면, 나는 매우 불안해할 것이다. 사실, 내가 이제껏 경험한 두 번의 끔찍한 공포는 나의 프리솔로 등반에서 온 것이 아니다. 내가 만약 이 두 번의 실패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미지의 세계에서는 사소한 일조차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89p
(알렉스 호놀드의 챕터)
게임의 댓가
왓킨스 남벽 300미터 위에서 영상은 <얼론 온 더 월>의 '생크 갓 레지'위에서 만큼 유명한 장면을 보여준다. 프리솔로로 등반하던 알렉스가 3미터도 안 떨어진 곳에서 카메라를 향해 다가온다. 바로 그곳에 볼트가 있기 때문이다. 화면에는 알렉스의 발이나 머리 위 높은 곳의 경사진 홀드를 잡고 있는 손가락이 나오지 않는다. 그는 볼트를 향해 왼손을 뻗어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한다. 그의 손가락이 볼트에 닿을락 말락 한다. 그러나 데이지체인을 쓰면 볼트에 카라비너를 걸 수 있다. 그는 안전벨트를 조심스럽게 더듬어 데이지체인을 빼낸 다음 그 중간 고리를 이빨로 물고 안전벨트에 걸린 카라비너로 손을 가져간다. 그때 갑자기 알렉스의 몸 전체가 아래로 살짝 흘러내린다. 발이 스탠스에서 미끄러진 것이 틀림없었다. 그는 어떻게 보이지도 않는 경사진 홀드를 오른손의 손가락만으로만 잡고 그 벽에서 버틸 수 있었을까? 모든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언제 그가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는 치명적인 추락에는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을까. 197p
(데이비드 로버츠 챕터)
나는 어느 지점에선가 기존 루트를 벗어나 위로 올라가며 5.10의 변형루트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위로 올라갈수록 헷갈렸다. 나는 풀이 난 곳을 올라가며 의구심에 빠졌다. 사람의 흔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초크 자국이나 박혀 있는 피톤도 없었고, 심지어는 피톤이 박혔다 뽑힐 때 생기는 자국조차 없었다. 등반을 완전히 망치는 것은 아닐까? 나는 말 그대로 루트를 벗어나 지상 300미터 위의 하프돔 한가운데 지저분한 곳에 매달려 있었다.
나는 중얼거렸다. "젠장, 이게 무슨 꼴이지!" 88p
일천미터 상공에서의 춤사위
이제 루트 전체가 그다음 네 번의 동작, 즉 가장 어려운 동작에 달려 있었다. 나는 오른손을 왼손 옆에 놓고, 왼손 검지와 중지를 홀드에서 떼어 오른발 엄지발가락과 왼손 엄지손가락 사이의 장력으로만 버텼다. 그런 다음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물결 모양의 홀드 중 검지와 중지가 잡고 있던 곳을 밀어주면서, 왼손으로 왼쪽의 경사진 덩어리 홀드를 재빨리 낚아챘다. 나는 그 홀드를 쥐어짜듯 힘껏 잡고, 오른손을 다시 최초의 아래로 잡아당기는 듯한 미세한 홀드로 옮겼다. 나는 두 홀드 사이에 꽉 차게 걸리는 아이언크로스 동작을 취했다. 그리고 오른발을 경사진 접시 모양의 스탠스에 놓고 엉덩이를 돌려 왼발을 작은 구멍에 넣은 다음, 오른손에 초크를 묻히고 덩어리 홀드 위쪽으로 옮겼다. 나는 무의식 중에 발차기 자세를 취했다. 왼발로 벽을 차면서 그 반작용을 이용해 버티기에 완벽한 자리의 작지만 아주 중요한 스탠스에 발을 옮겼다. 나는 왼손의 위치를 절묘하게 바꾸어, 두 손이 함께 홀드를 쥐어짜듯 잡아당길 때 보다 안전한 느낌이 들도록 만들었다.
마치 자동주행이라도 하듯 나는 왼발을 1미터 정도 멀리 직각으로 뻗었다. 그러자 발이 멀리 코너의 벽에 놓여야 할 자리에 정확히 위치했다. 필사적으로 시도해도 실패하기 일쑤였던 발차기가 이제는 스탠스를 쉽게 디디는 동작처럼 느껴졌다. 발은 벽에 찰싹 달라붙었다. 몇 달간의 스트레칭이 결실을 맺어, 나는 발 옆의 크랙에 큰 어려움 없이 왼손을 집어넣었다. 내가 오른손바닥을 아래로 밀어주는 동작으로 바꾸자, 왼발과 오른손바닥 사이에 균형이 잡히며 안정감이 느껴졌다. 이제 왼손을 위쪽의 양호한 바위 턱에 뻗자 모든 것이 끝났다. 그리하여 나는 '볼더 프로블럼' 구간을 통과했다! 379p
나는 손가락에 초크를 묻히면서 바싹 긴장했다. 그것이 아니라면 아마 조금 흥분했을지 모르고, 그것도 아니라면 아마 경각심이 높아졌을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내가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느낌이었다.
...
크럭스 동작에서 나는 머리 위쪽에 있는 날카롭고 작은 석회암의 언더 크랙이 매달렸다. 스미어링으로 댄 왼발의 작은 스탠스를 믿고, 오른발을 거의 허리까지 끌어올린 다음 왼손으로 멀찍이 떨어진 저그 홀드를 잡을 수 있도록 몸을 순간적으로 쭉 뻗었다.
비록 그 루트에서 가장 어려운 구간은 아니었지만, 극도로 단순한 동작이 그 후에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벽에서 살짝 멀어지는 순간 온몸이 공기에 휩싸이는 느낌, 이것이 나에게는 프리솔로 등반에서 가장 환상적인 순간이다. 이런 동작에는 장비를 사용하는 로프 등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어떤 순수함이 있다. 나는 그 간결한 동작을 몹시 좋아하지만, 그런 경지까지 가는 것이 결코 쉬은 일은 아니다. 233p
사니Sanni Mccandless
"네가 다쳤다는 건 알아. 끔찍한 일이라는 것도, 하지만 혼자가 된다고 해서 네 기분이 더 나아질까?"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시무룩하게 앉아 있었다.
"참 그러네." 사니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정말 미안해. 그렇다고 이 말이 네가 혼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야. 너는 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훌륭한 클라이머가 될 수 있어. 너는 둘 다를 충분히 해낼 수 있단 말이야." 296p
그는 무전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등반을 포기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나는 로프를 타고 계속 내려갔다. 내가 초원에 도착할 때쯤 날이 밝았는데, 촬영 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나의 기분과 어떤 상황이었는지 물었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기분이 엉망진창이 된 나는 밴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사니를 깨웠다. 잠이 덜 깬 그녀가 물었다. "왜 이렇게 빨리 왔어? 괜찮아?"
"괜찮아. 그냥 포기했어." 나는 카메라에 이야기를 마저 끝내기 위해서 밴의 문을 닫았다.
잠시 후 사니가 밴에서 나와 나를 꼭 껴안아주었다. 33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