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점, 하나를 찍어야 한다는
강박이 도사리고 앉은 심연의 저편에서
해사한 실소를 흘흘 흘리고 앉은 것은
무엇인가
완전한 공허가 삶을 잠식할 수 있도록
관절 마디마디를 꺾고 영혼을 일그러뜨려
에고를 포박한 채로 추방시켜버린 것은
무위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아무 것도 될 수 없을 지라도
아무 것도 하지 않으므로
아무 것도 될 필요가 없기에
그 절대적인 무위가 주는 쾌감은
궁극의 안식과도 같은 자궁 속
시들어가는 태곳적 탯줄을 휘감고
죽음을 향해 기꺼이 나아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