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Ⅱ...(10)
소년은 바다를 사랑했다.
사랑에는 이유가 없듯, 그에게도 바다는 그저 존재 그 자체로 마음을 흔드는 무엇이었다.
바다는 소년에게 엄마의 심장 소리 같았고, 오래된 자장가 같았으며, 가끔은 눈물 같은 것이었다.
어릴 적부터 소년은 파도를 따라 걷고, 조개껍질에 귀를 기울이며 시간을 보냈다.
사람들은 그를 조용한 아이, 혹은 괴짜라고 불렀지만, 소년은 그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바다와 함께할 때만이 자신이 진짜 존재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소년은 자주 바다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기분은 어때?" "왜 가끔은 그렇게 사납게 우는 거야?" 바다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소년은 그 고요 속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세상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깊이, 무게, 그리고 온기 같은 것.
어느 날, 폭풍우가 지나간 바다 앞에서 소년은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산산이 부서진 나무 조각들, 뒤집힌 어선, 찢긴 그물들.
그러나 그 잔해들 사이에서도 바다는 묵묵했다.
그것은 소년에게 세상이란 본래 완전한 것이 아니라, 부서지면서 스스로를
다시 만드는 존재임을 가르쳐주었다.
그날 이후, 소년은 바다를 사랑하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다.
이전엔 그저 아름다움을 동경했지만, 이제는 상처와 침묵, 그리고 회복까지도 품게 되었다.
소년은 깨달았다.
바다는 단지 물의 집합이 아니라, 시간의 층위들이 겹겹이 쌓인 생명이라는 것을.
계절은 흘러, 소년은 자라났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여전히 바다를 닮아 있었다.
누군가는 그 눈을 보고 “깊다”라고 말했고, 또 누군가는 “슬프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년은 그 말들조차 바다의 파도처럼 흘려보냈다.
감정은 물과 같아, 가두려 하면 넘치고, 흘려보낼 때 오히려 고이게 된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이따금 그는 질문을 받는다. “너는 왜 그렇게 바다를 좋아하니?” 소년은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수평선을 바라볼 뿐이다. 그곳에는 말로 다할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 상실, 기다림, 그리고 살아 있다는 어떤 실감 같은 것.
소년은 이제 안다. 바다란 결국 자신이라는 것을.
그가 사랑했던 파도, 소금기 머금은 바람, 저 멀리에서 속삭이는 고래의 노래는 모두 자신의 일부였음을.
그는 그 안에서 자신을 보았고, 자신 안에서 바다를 보았다.
바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변함없이 움직이고, 고요하게 숨 쉬며,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을 품는다.
그리고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가 그 바다 앞에 서서 말하겠지. "이곳에 서면, 내 마음이 들려요."
소년은 그때를 기다린다.
마치 바다가 늘 기다려왔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