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개인택시를 하는 게 꿈이다.
엄마는 작은 사업을 성실히 가꾼다.
할머니는 우리가 떠난 후 혼자 큰 주택에 덩그러니 앉아있다.
할아버지는 제일 높은 곳에서 바오로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내려다본다.
국화꽃은 시들면 바로 버려진다.
보기 흉물스러운 것과 진심의 간극은 얼마나 벌어져 있는가.
표현에 서툰 나는 괜히 할머니 앞에 앉아 무릎뼈를 만지작거린다.
아빠랑 동생이 유치하게 노는 모습을 보고 괜히 안도한다. 가족의 유치함이라는 게 아직 남아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엄마의 운동화를 한 켤레 사줬다. 더 좋은 걸 해주고 싶었고. 그게 일상이 되었으면 했다.
오랜만에 걱정 없이 잠들고 꿈 없이 깨고 많이 먹어도 몸이 가벼운 날을 살아보았다.
얼굴에 뾰루지는 조금 났지만 짜증 나거나 예민하지 않은 게 참 빨리 무던해졌다.
동생 앞에서는 호랑이같이 널 지켜주겠다는 확신을 줘야 할 것만 같아 몸을 부풀린다.
아무도 부여하지 않은 것 같지만 모두의 기저에 깔려있는 장녀의 책임감이 날 꼿꼿하게 찌르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23살에 멈춘 듯 아무 생각 없이 자유로워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