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는 정말 열정페이일까?

영상업계의 편견과 의문

by 뚜뚜진

"예술이나 영상업계는 어린 친구들 등쳐먹기로 유명하잖아~"

"PD도 체력이나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비해 열정페이인 거 아니야?"


수도 없이 들리는 말이다.

각종 SNS, 취업준비 스터디방, 심지어 영상업계를 희망하는 지원자들조차

본인이 꿈꾸는 직업에 대해 열정페이인지 / 아닌지를 간 보고 있다.


오늘은 막내 PD로서 속 시원하게 해당 의문에 대해

정답이라기보단 < 개인의 생각을 현장에서 느낀 것을 바탕으로 기록하려고 한다.






1. 당신의 열정페이 기준은 무엇인가?

"열정페이"라는 거대하고도 무서운 단어 뒤에는, 사실 사람마다 체감상 느끼는 열정이 다르다는

전제조건을 기저에 깔고 있다.

누군가는 하루 12시간을 투자해도 본인이 원하는 경험만 할 수 있다면

월급의 숫자보다는 < 본인이 원하는 경험

에 더 큰 가치를 둘 것이다.

누군가는 하루 1시간을 투자하고 똑같은 월급을 받더라도, 배운 게 없다는 생각이 들면

60분의 시간도 열정페이 같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열정페이 기준은 무엇이고,

열정이라고 스스로가 인정할만한 출발선은 어느 정도인지

최대한 구체적이고 수치화되게 정리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필자의 열정페이 기준은 다음과 같다.

-하루 12시간 이하의 업무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전혀 아깝거나 불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대로, 하고 싶지 않은 일에 12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을 하나라도 제시한다. 서브 역할로 12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면, 메인으로 올려달라고 요청한다던가.

-주 6회의 업무는 괜찮지만, 주 7회의 업무량이 있다면 배분을 요청한다 ->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추가 수당이나 추가 연차를 제시한다.


2. 당신의 열정이 그렇게 대단한가?

자극적인 멘트로 보이겠지만, 객관적으로 잔인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당신이 그렇게 아까워하는 열정이, 그토록 생산적이고 소중하고 희귀하다는 근거가 있는가?

단지 업무에 시간을 많이 써야 한다는 정량적인 수치만으로 본인의 열정을 고평가 하고 있지는 않은가?

똑같은 열정이더라도, 직급에 따라 / 경험에 따라 / 업무 능력에 따라 나오는 아웃풋이 다를 것이다.

배우려고 들어간 회사에서 사원의 포지션을 달고 있다면, 본인이 낼 수 있는 아웃풋은 현저히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 사실을 빠르게 인정하고, 적게 시간을 투자해도 높은 아웃풋이 나올 수 있도록 자기 자신을 개발하는 쪽이 훨씬 더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겠는가.

열정페이라는 단어에 나쁘게 몰두해 "시간투자"라는 숭고한 자기 성장을 저평가하면 안 된다.


또 다른 진실 하나.

회사는 당신에게 열정을 요구한 적이 없다. 회사는 오직 결과만을 원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열정은 회사 입장에서는 관심을 가질 가치조차 없다는 차가운 현실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

당신이 결과를 가져온다면 회사는 알아줄 것이며,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와도 몰라주는 회사라면 다닐 가치가 없는 회사일 것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페이라고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목소리를 내자.

객관적으로 본인의 역량을 평가하고 주위 팀원들에게 열정페이인지 아닌지를 확인받아보자.

내 기준으로만 평가하는 게 아닌, 나를 겪어본 팀원들의 기준으로도 평가해 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본인이 고쳐야 할 점과 어필해야 할 점을 알아볼 수 있다.

여러 팀원들에게 확인받아도 열정페이라고 느껴질 만큼 본인의 성과에 비해 큰 희생을 하고 있다면

모든 근거를 최대한 수치화, 도표화, 정량화하여 회사에 제안하자.


제안하는 것은 본인의 욕구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자신의 워라밸을 위한 근무시간 조정

-일의 강도를 낮추기 위한 추가인원 요청

-효능감을 높이기 위한 추가수당 요청

등...

당신이 정말 회사가 소중히 여기는 인재라면, 열정페이로 힘들게 일하는 인재가 요구하는

요청사항을 들어주지 않겠는가?






다소 잔인하고 극도로 차가운 조언일 수 있겠지만

한 번쯤은 본인의 진짜 역량을 점검하여 더 효율적인 성장으로 도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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