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동네 고양이 연대기 - 통통한 뱃살의 짠노 편

내가 만난 여섯 번째 고양이, 짠노. 사람들은 그를 짠한 노랑이라 했다.

by 하얀 연


짠노


물기 머금은 공기 속에,

비가 그치자마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고양이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매일 고양이들이 모여

때로는 폴짝폴짝,

때로는 깡총깡총

뛰어노는 이 동화 같은 동네에


오늘은

마고보다 통통한

노란 고양이가 나타났습니다.




이 고양이의 밥을 챙겨주시는 봉사자 분들은 밤에만 마주친다고 들었어요.

어두운 밤 속에서 마주치는 그 얼굴 표정이 짠해 보여서,

사람들은 이 고양이를 짠한 노랑이라고 부르더군요.


저는 어째서인지, 지난 밤 비에 젖은 흙땅 위에 가만히 앉아

모델처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히고 있던 이 친구를,

해가 뜨는 시간대에 만났습니다.


얼굴을 보니, 짠한 느낌이 묻어나는 표정이었고,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서 심장이 아팠습니다.


짠한 노랑이, 짠노.


IMG_4274.jpg 짠노
짠노


짠노를 오후에도 마주친 날이 있었습니다.

찍었던 모든 사진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털 무늬를 비교했죠. 비슷한 듯, 또 다른 듯, 헷갈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식탐을 떠올리고, 고양이의 뱃살을 비교해보니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때 만났던 고양이도 짠노였고,

오늘 만난 고양이도 짠노였죠.

영역이 조금 넓어서 헷갈릴 뻔했지만,


고양이의 뱃살이야말로

명확한 증거가 되어주었답니다.


마고와 짠노


그때의 짠한 노랑이는,

연한 털옷을 입은 마고와 함께 있었습니다.

이 둘의 관계가 참 궁금했는데요.

나란히 있는 모습이 어쩐지

오래된 친구 같기도 하고,

꼭 가족처럼 다정해 보이기도 했거든요.


분명한 건,

둘이서 아주 잘 지내고 있다는 거예요.



IMG_4185.jpg?type=w1600 마고와 짠노
마고와 짠노


이 동네를 알아가며

점점 더 익숙해지는 동네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윤기나는 털에 통통한 뱃살,

편안한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 뒤엔 늘 수고해주시는

봉사자분들이 계십니다.

봉사자분들은 구청의 이름으로 운영되는

길고양이 급식소를 깨끗하게 유지하며,

매일 고양이들에게 푸짐한 한상차림을

제공한답니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도 정말 따뜻하고 사랑이 많으신 것 같아요.

가게 앞에 고양이를 위한 물그릇을 두는 가게들이 한두 곳이 아니고,

그 주변의 사람들도 대부분 츄르를 항상 품고 다니더군요.


이런 동네는 처음인데, 마치 동화 속 같은 느낌입니다.


IMG_4179.heic 마고와 짠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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