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고양이 나무의 일기 - 첫 장

by 하얀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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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face


고양이 나무는 텅 빈 세상을 떠도는 스물네 살 소녀의 삶 속에 들어와

사계절의 의미와 그 즐거움을 한 움큼 채워 담은 고양이였다.


나의 아이, 고양이 나무에 대해 써내려가며

그 어느 봄밤처럼 길고도 아쉬운 이십 대의 일기 속으로 들었다.


한동안 일기장 속에만 고이 숨겨두었던 나무와 동행하는 삶의 이야기가

다른 이들에게도 따뜻한 온기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무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행복한 이야기다.

하늘이 흔들릴 정도로 설레고, 애틋해서 아릴 만큼 흐뭇했던

젊은 날의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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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내가... 내가 나무를 잘 키울게.” - 나는 눈웃음을 지으며, 밝고 단단하게 말했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다시는 보지 않을 사이인 것처럼 전화를 붙잡고 소리치기도 하고 서럽게 울기도 했다. 그런데 다음 날, 막상 이렇게 마주 앉아 있으니, 도무지 알 수 없는 감정이 복잡하게 밀려들었다. 이상하게 웃음도 났다.

참 어색한 밤이었다. 그 카페 안 조명은 알록달록하게 빛났고, 나는 그 불빛에 취한 듯 몽롱해졌다. 마치 현실이 아닌 꿈속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아마 나는 그 밤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줄, 그때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 너라면 잘 키울 거야. 잘 부탁할게.” - 그 사람도 나름 밝은 어조로 말했다.


평소엔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그가, 눈빛이 서글퍼 보이는데도 입가에 흔들리지 않는 미소를 띄고 있었다. 내 코끝은 시큰해지고, 목구멍엔 얼음 덩어리 같은 것이 걸린 듯했다. 나도 이토록 슬픈데, 그는 꿋꿋하게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이제와 생각해보면 대단한 용기였을지도 모른다.


인연을 끊어낼 용기.


“언제든지 힘들면, 꼭 얘기해줘.” - 그가 말을 이어갔지만, 우리 둘 다 알고 있었다. 내가 나무의 소식을 전하지 않을 거라는 걸. 다시 연락할 일은 없을 거라는 걸.


그날 우리는, 한 번 더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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