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억울이와 루나, 뒤늦은 어제와 오늘의 이야기

by 하얀 연

오늘, 마지막으로 구내염이 있던 고등어 고양이를 봤던 골목에서 억울이를 만났습니다. 저는 억울이가 공식급식소가 있는 변압기와 제가 일하는 사무실 일층, 그리고 옆 주택가 정도만 오간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골목 안쪽까지 다니고 있더군요. 그곳은 구내염 고양이와 카오스 고양이 미스테리의 영역입니다. 다행히 억울이는 이들과 크게 다투는 사이는 아니고, 평화롭게 오가며 지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억울이에게는 역시 변압기 위가 가장 편한 자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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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제, 억울이가 루나와 크게 싸웠습니다. 둘에게서 들어본 적 없는 요란하고 날카로운 야옹 소리가 골목을 울렸습니다. 멀리서 보니 루나가 억울이가 좋아하는 변압기 옆 화단에 숨어 있다가, 억울이가 나타나자 그림자처럼 튀어나와 날렵한 발로 억울이를 내리친 겁니다. 순간 냐옹냐옹!하며 공격하는 루나를 보고 저도 놀라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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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블랙인 루나는 나무 사이에 숨어 있으면 정말 잘 보이지 않습니다. 억울이도 눈치채지 못한 채 평소처럼 변압기로 향하다가 불시에 공격을 받은 거죠. 당황한 억울이는 크게 야옹!!! 소리를 내지르며 변압기 위로 도망쳤습니다. (억울이의 땜빵이가 혹시 루나의 손톱 자국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억울이가 변압기 위로 올라간 건 루나가 그곳엔 절대 뛰지 않기 때문입니다. 루나는 그곳이 억울이의 자리임을 인정하듯 위로 오르지 않고, 밑에서 소리만 질러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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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엄마냥이는 싸움에 끼지 않으려는 듯 조용히 바라보다가, 조금 잠잠해지자 슬그머니 다가와 루나에게 머리쿵을 했습니다. 마치 “이제 그만해”라고 달래는 듯, 루나 곁에 다정히 붙어 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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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다들 사이좋게 지내지만, 이렇게 가끔은 살벌한 술래잡기와 복싱을 벌이는 날도 있습니다.


어제와 오늘 엄마냥이, 루나, 억울이를 만났습니다. 어제는 그 셋 외에도 밤이를, 그리고 오늘은 얼굴이 갸름한 치즈냥이 마고까지 함께 볼 수 있었지요. 이렇게 어제오늘 아이들과의 만남이 이어져, 마음에 작은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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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개인적으로 다른 곳에서 일이 있어 아침이 아니면 아이들을 못 볼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벌써부터 내일 아침에는 누구를 만날 수 있을까하는 소소한 소망을 품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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