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고양이들의 비가 내리리 전, 비가 내린 뒤
흐린 하늘이 펼쳐진 이른 오후 시간.
어느 골목에 있는 낮은 벽 뒤에 숨어있던
커다란 짠한 노랑이.
점심 도시락을 들고 지나가는 저를 보고
천천히 다가온 짠한 노랑이는,
아무래도 제가 들고 있던 젓가락을
츄르로 착각했나 봅니다.
그런데 다행인 건,
이와 같은 우연한 만남이 자주 있어서
항상 주머니 속에 츄르를 들고 있죠.
손에 있는 건 젓가락이라고 설명하고,
뒷주머니에서 츄르를 꺼내 주었습니다.
그리고 자리를 뜨자마자 소나기가 내렸는데,
짠한 노랑이는 비를 잘 피했겠지요?
소나기가 한참 내리고
곧 퇴근할 시간에는 멈추었습니다.
일층에 내려가보니 억울이가 있었습니다.
비로 샤워를 했는지
새하얀 털을 자랑하는 억울이는,
오늘도 급식소에서 나오면서
어쩐지 서러운 야옹야옹 소리를 냈습니다.
그 소리에 귀기울이며 사는 엄마냥이는
억울이를 달래러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루나도 그림자처럼 따라왔지요.
저는 엄마냥이를 특히 예뻐합니다.
엄마냥이가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조심성은 어떤 깊은 상처일까 싶어 짠하고,
다른 아이들과 있을 때 간식을 양보하는
배려심이 꼭 엄마의 모습 같아서 애틋해요...
그래서 엄마냥이를 마주치면 한참 바라보고
엄마냥이~ 하고 말을 건네는데요.
오늘은 억울이가 엄마냥이에게 그만 관심주고
얼른 자기에게 간식을 대접하라고 잔소리하려고
변압기 밑으로 내려가 저를 째려봤습니다.
그렇게 어제처럼 아이들에게
그릇에 건강한 트릿을 담아 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잘 먹는 걸 끝까지 지켜보고,
그릇을 수거하고, 물티슈로 청소했습니다.
오늘도 아이들에게 비 조심하라는
인사를 건네고 동네를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