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는 언제쯤 내릴까,
여름 내내 스스로에게 물었었지요.
어제와 오늘,
하늘은 마침내 그 답을 들려주듯
비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길 위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는
이 비가 달갑지 않은 선물이었습니다.
늦게 퇴근을 마치고 동네를 돌아보던 오늘,
비가 갠 지 얼마 되지 않아
가장 먼저 제 눈에 들어온 건
길바닥에 고인 빗물을 마시는 엄마냥이였습니다.
느티나무 아래 급식소
늘 깨끗한 물을 준비해두는데,
굳이 빗물을 마시는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했지요.
그런데 곧 이유를 알았습니다.
급식소 안에는 루나가 있었거든요.
엄마냥이는 루나가 밥 먹는 걸 방해하지 않으려
굳이 밖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던 겁니다.
사실 엄마냥이와 루나는 늘 서로를 지켜줍니다.
엄마냥이가 밥을 먹을 땐 루나가 주변을 지켜보고,
루나가 먹을 땐 엄마냥이가 곁을 지켜주는 모습을
몇 번이나 본 적 있습니다.
둘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묘생의 동반묘랍니다.
오늘도 두 아이는
유산균과 소고기 트릿을 함께 나눴습니다.
아직 비가 올 듯 눅눅한 공기와 젖은 바닥 탓에
귤밤이 커플도, 짠한 노랑이와 마고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몇 달째 지켜본 덕에
이제는 그들의 동선과 집을 알지만,
비 오는 날만큼은
알 수 없는 곳에 몸을 숨기더군요.
생각해보니 북쪽 주차장의 네 아이도,
카오스냥이, 미스테리,
그리고 제가 아는 다른 고양이들
(구내염 고등어냥이, 북쪽의 삼색이 뚱냥이,
카오스 뚱냥이, 할아버지 치즈냥이)
모두 오랫동안 보지 못했습니다.
다들 잘 지내고 있겠지요?
그 사이 억울이는 만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오늘도 변압기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밤이라 더 동그랗게 뜬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억울이는
엄마냥이와 루나처럼 유산균과 트릿을 먹고는
다시 식빵 자세로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하고
조용히 동네를 살피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오늘도 조심하고 건강하라는 인사를 남기고
천천히 동네를 떠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