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우아한 마고, 달동이 꼬리 억울이, 쓸쓸빛 엄마냥
오늘은 각자 다른 자리에서 만난 세 고양이의 이야기입니다. 마고, 억울이, 그리고 엄마냥이.
같은 동네에 살지만 각기 다른 구역에서 다른 기쁨과 다른 슬픔 속에 하루를 보냈는데요, 햇살 아래 편안히 쉬는 마고, 그리고 루나가 며칠째 보이지 않아 말이 없어진 엄마냥이의 눈빛을 보면서 저도 여러 감정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마고는 밝은 낮 시간대면 어김없이 찾아가는 곳이 있습니다. 낮은 나무와 향긋한 풀잎이 어우러진 작은 가게 마당.
그곳에서 우아하게 앉아 가게 직원들이 지나가면 짧지만 분명한 야옹으로 인사를 건넵니다.
얼굴도 작고 목소리도 가늘어 암컷 같지만, 만약 수컷이라면 사람으로 치면 꽃미남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중성화된 고양이라 성별을 단번에 알 수는 없네요...)
느티나무 쪽으로 가는 길에 변압기를 지나가면서 오늘도 어김없이 억울이가 그 위에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어디 다녀온 건지 발바닥은 까맣게 물들어 있었고, 반가운 듯 힘차게 야옹야옹 부른 뒤, 식빵 자세도 아닌 네 다리를 쭉 뻗은 채 잠들어 버렸습니다.
그런 억울이를 낳은 엄마냥이는 느티나무 아래 있었습니다.
엄마냥이가 그곳에 혼자 있는 건 처음 보았습니다. 항상 루루나 루나와 함께 조심스레 따라가던 자리라 저는 당연히 루나가 있을 줄 알았지요. 루나는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아니 부르지 않아도 먼저 코를 내밀며 다가오던 아이였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엄마냥이는 혼자였습니다.
저를 보고도 평소처럼 큰 목소리로 야옹야옹 사이렌을 울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혼자라 겁이 나는지 자꾸 몸을 숨기려 했습니다.
루나는 어제도 보지 못했고, 주말에는 출근하지 않았으니 마지막으로 본 게 금요일이네요. 그 생각을 하니 마치 루루가 사라졌을 때와 같은 불안감이 밀려왔습니다. 루나는 영역이 뚜렷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라 쉽게 보이는 편인데, 어디로 간 걸까요?혹시 루나를 본 분이 계실까요?
엄마냥이는 느티나무에서 대충 먹다 경찰분들이 지나가자 깜짝 놀란 듯 온 힘을 다해 자신이 가장 안전하다고 여기는 마당으로 달려갔습니다.
그곳에서 다시 마주한 엄마냥이는 조금 마음이 놓였는지 그제서야 츄르를 받아 먹고 잠시 쉬었습니다.
오늘도 저는, 부디 모든 아이들이 무사히 하루를 보냈기를 바라며 동네를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