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밝았던 이른 아침,
평소보다 일찍 동네에 도착해 루나를 찾아다녔지만
자꾸 엇갈려 오전에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루루가 떠난 뒤,
같은 시간 같은 골목에서 보이던 아이가 보이지 않으면
괜스레 불안해지는 병에 걸린 듯합니다.
길 위에서 사는 아이라
조금 멀리 산책을 가더라도 이상할 건 없는데도,
이 동네 아이들은 각자 영역이 뚜렷하고
낮잠 자는 곳, 비 피하는 곳까지 정해져 있다 보니
더 마음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퇴근길에도 비가 내렸습니다.
비의 세기를 보며 아이들이 숨어있겠구나 싶었는데,
그저께와 어제 내내 사람을 피해 다니던 엄마냥이가
느티나무 근처에서 세상 다 울리듯
야옹야옹 울어대는 겁니다.
그 순간 직감이 왔습니다.
엄마냥이가 이렇게 소리내는 걸 보니
루나가 근처에 있구나 하고요.
저녁 6시,
루나는 느티나무 아래서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엄마냥이는 루나가 편히 먹도록
급식소 입구를 지켜주다가도,
또 어느 순간엔가 들어가서
옆에 꼭 붙어 함께 먹었습니다.
루나가 얼마나 오래 먹는지 궁금해
건너편에서 지켜봤는데, 5분이 훌쩍 지나도
코를 박은 채 열심히 먹고만 있더군요.
엄마냥이는 이미 먹기를 멈추고
다시 뒤에서 루나를 지켜주길 반복했습니다.
제가 조금 가까이 다가가자
루나는 고개만 돌려 살짝 확인하고
다시 먹는 데 집중했습니다.
루나 쪽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몇 번 들렸습니다.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영상으로 기록하려 했더니,
카메라를 켜는 순간 루나는 밥을 그만 먹고
느티나무 옆에 가서 볼일을 보는 겁니다.
평소라면 건너편을 화장실로 쓰는데,
오늘은 급했는지 급식소 바로 옆에서 해결하더군요.
그리고 오늘 루나는 좀처럼 애교를 부리지 않았습니다.
내일은 조금 더 기운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모든 아이들이 무사하길,
내일도 건강히 만나길 바라며 동네를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