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비 오는 날의 직감, 루나와 엄마냥이

by 하얀 연

나름 밝았던 이른 아침,

평소보다 일찍 동네에 도착해 루나를 찾아다녔지만

자꾸 엇갈려 오전에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루루가 떠난 뒤,

같은 시간 같은 골목에서 보이던 아이가 보이지 않으면

괜스레 불안해지는 병에 걸린 듯합니다.


길 위에서 사는 아이라

조금 멀리 산책을 가더라도 이상할 건 없는데도,

이 동네 아이들은 각자 영역이 뚜렷하고

낮잠 자는 곳, 비 피하는 곳까지 정해져 있다 보니

더 마음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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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도 비가 내렸습니다.

비의 세기를 보며 아이들이 숨어있겠구나 싶었는데,

그저께와 어제 내내 사람을 피해 다니던 엄마냥이가

느티나무 근처에서 세상 다 울리듯

야옹야옹 울어대는 겁니다.


그 순간 직감이 왔습니다.

엄마냥이가 이렇게 소리내는 걸 보니

루나가 근처에 있구나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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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

루나는 느티나무 아래서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엄마냥이는 루나가 편히 먹도록

급식소 입구를 지켜주다가도,

또 어느 순간엔가 들어가서

옆에 꼭 붙어 함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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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가 얼마나 오래 먹는지 궁금해

건너편에서 지켜봤는데, 5분이 훌쩍 지나도

코를 박은 채 열심히 먹고만 있더군요.

엄마냥이는 이미 먹기를 멈추고

다시 뒤에서 루나를 지켜주길 반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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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조금 가까이 다가가자

루나는 고개만 돌려 살짝 확인하고

다시 먹는 데 집중했습니다.


루나 쪽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몇 번 들렸습니다.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영상으로 기록하려 했더니,

카메라를 켜는 순간 루나는 밥을 그만 먹고

느티나무 옆에 가서 볼일을 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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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건너편을 화장실로 쓰는데,

오늘은 급했는지 급식소 바로 옆에서 해결하더군요.


그리고 오늘 루나는 좀처럼 애교를 부리지 않았습니다.

내일은 조금 더 기운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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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모든 아이들이 무사하길,

내일도 건강히 만나길 바라며 동네를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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