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엄마냥이의 폭주와 루나의 분노 (새 냥이의 등장)
— 루나야, 거기서 뭐해?
평소 같으면 꼬리를 살랑 흔들며
애교 섞인 소리로 답하고
배까지 드러내는 루나.
그런데 오늘은...
— 먀아아아옹!!!
처음 듣는 짜증 가득한 소리를 내며
제 질문을 무시하고 귀를 쫑긋 세운 채
느티나무 쪽으로 뛰어가는 겁니다.
요 며칠 사이에도 루나는
그 느티나무 아래를 꼭 지키고 있었거든요.
오늘도 그 자리를 지키려는 듯
눈빛부터 예민하게 빛났습니다.
그런데 그곳엔... 꺄악!
루나보다 두 배는 커 보이는
커어어어다란 고등어 무늬 고양이가 있는 겁니다!
그야말로 신참 거대 고등어냥이의 등장입니다.
무늬는 주차장 지킴이 수호랑 닮았지만
헷갈립니다... 비교를 위해
주차장냥이 수호 사진 아래 보여드리겠습니다.
루나는 그 아이를 보자
몸을 잔뜩 웅크리고 치를 떨더니
그르르르릉... 낮은 포효를 냅니다.
그리고는 한껏 화난 목소리로 야아아아옹!!!
온 동네가 울릴 만큼 소리를 지릅니다.
옆에는 엄마냥이도 함께 있었어요.
루나가 달리면 함께 달리고,
루나가 야옹 하면 작은 소리로 야옹... 따라합니다.
...엄마냥이는 쫄보지만
루나를 돕고 싶은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루나가 커다란 고등어냥이를 향해 달리다
갑자기 멈추는데...
엄마냥이는 속도를 조절 못 하고
루나보다 앞질러 달려가버립니다...!
그리고는
고등어냥이 코앞에서 덜컥! 멈춰버립니다.
...몸이 완전히 얼어버린 엄마냥이.
그때 루나가 뒤에서
“아니, 위협만 하랬지 진짜로 가면 어떡해!”
라는 듯 중얼거리는 표정이었어요...
하지만 고등어냥이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습니다.
당당하게 앉아 엄마냥이를 똑바로 바라보더니,
도도한 야아아옹. 한마디.
엄마냥이는 잽싸게 루나 뒤로 숨었습니다.
루나도 아무리 화가 나도 싸움은 피하려는 듯
멀찍이서 그 아이를 지켜보며
야아아옹! 하고 경고만 보냅니다.
그 고등어냥이는 태연하게
십 분 넘게 밥을 먹고, 물도 마시고,
마치 이곳이 자기 집이라도 되는 듯
느긋한 발걸음으로 떠났습니다.
그제야 루나는
느티나무 아래에 소변으로 영역 표시를 하고
급식소로 가서 왼쪽 밥그릇과 오른쪽 밥그릇
한 입씩 골고루 먹더니
다시 느티나무 아래로 돌아가
차가운 흙바닥 위에 앉아 경비를 섭니다.
며칠 전, 엄마냥이와 함께 지켰던 그 자리.
찬바람이 부는데도
루나는 여전히 그곳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 모든 소리를 들은 집고양이 귤이와 밤이는
놀라서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못 나오고
상황을 빼꼼히 엿보고 있었답니다.
엄마냥이는 놀란 마음을 진정 못 하고
미술관 쪽으로 돌아가려 하고...
심지어 급식소에 오려던 카오스냥이도
상황을 보고는 조용히 발길을 돌렸습니다.
오늘 하루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본 것 같았어요.
이게 바로 길냥이들의 세계인가...
글을 마무리하기 전,
날 밝은 시간에 찍은 아이들의 사진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