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질수록 느티나무 잎은 하나둘 흩날리고,
그 아래 작은 밥그릇엔 오늘도 누군가의 정성이 담겨 있었다.
찬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사료 냄새가 은은히 퍼지고,
가장 먼저 나타난 건 깜장 고양이 루나였다.
루나는 조용히 밥그릇 옆에 앉아 귀를 세웠다.
“엄마냥이, 오늘도 늦네.”
아이의 한숨에는 익숙한 기다림이 담겨 있었다.
잠시 후, 느릿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엄마냥이가 나타났다.
“루나야, 또 먼저 왔구나.”
“응. 바람이 차서 오늘은 밥을 빨리 먹고 가야할 것 같아.”
엄마냥이는 그런 루나 곁에 조용히 몸을 붙였다.
서로의 체온이 닿자 바람의 냉기가 조금은 누그러졌다.
잠시 뒤, 느티나무 잎사귀가 소리를 내며 떨어질 때,
어디선가 또다른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귤이였다.
오렌지색 털이 단풍 속에서도 또렷하게 빛났다.
귤이는 급식소로 다가와 코끝을 킁킁댔다.
조심스럽게 다가오면서도 눈길은 루나에게 닿지 않았다.
그 사이의 공기는 싸늘했다.
귤이와 루나는 오랜 전부터 밥보다 싸우는 게 먼저였던 사이였다.
서로의 마음에 생긴 흠집은 시간이 지나도 낫지 않았다.
그래도 오늘, 귤이는 왔다. 그리고 루나는 그걸 모르는 척 했다.
엄마냥이가 그들 사이에 앉으며 조용히 말했다.
“싸우지 말자. 그냥 먹자. 배가 고프잖아.”
루나는 대꾸하지 않고 한 발 물러섰다.
귤이는 고개를 숙이고 밥그릇 쪽으로 다가갔다.
밥알이 이 사이에서 바스락거릴 때마다
귤이의 꼬리가 살짝 흔들렸다.
사료가 바스락거리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 그리고 서로의 숨결.
그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 자리는 참 좋아. 냄새도, 소리도, 다 익숙해서.”
엄마냥이가 살짝 웃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익숙해져간다는 건 멋진 일이야. 살아왔다는 뜻이니까.”
루나도 조용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별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사라진 친구들, 지나간 계절, 그리고 아직 남은 시간들.
그 모든 게 저 별빛 아래 어딘가에 영원히 머물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을 했다.
“우리 모두 내일도 여기서 보자.”
루나는 조용히 눈을 맞춰주고,
엄마냥이는 낮은 소리로 대답해주고,
귤이는 꼬리를 흔들었다.
셋은 마치 인사를 건네주는 것 같았다.
“당연하지. 여긴 우리 자리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