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밤이 앨범편 : 귀여움은 함께 봐야 하니까
귀여운 건 혼자 보면 안 되는 거라고 했다.
그래서 오늘은, 찬바람이 살결을 스칠수록 더 통통하게 부풀어 오르는
밤이의 사진들을 모았다.
짠하고, 따스하고, 어쩐지 눈시울이 간질거리는 우리의 밤이.
밤이는 느티나무 곁 작은 집에 산다. 귤이와 함께.
이 둘의 사연을 처음부터 아는 사람을 본 적이 없지만,
나보다 한 계절 먼저 이곳을 지켜본 이의 말에 따르면
귤이는 가끔 혼자 밥을 먹으러 나서도,
밤이는 한 번도 혼자 나온 적이 없단다.
밤이의 초록빛 눈동자 속엔
밥을 챙겨주는 사람에게 건네는 조심스러운 감사와 함께
어딘가 불안이 스며 있다.
그 눈빛을 마주하면 마음 한켠이 저릿하다.
밤이는 사람이 두려워서 겁을 내는 걸까,
아니면 겁을 배워야 했던 기억이 있어서일까.
귤이 없이는 세상 한가운데 설 수 없는 겁 많은 아이,
하지만 동시에 세상을 믿고 싶은 조심스러운 영혼이다.
예전의 밤이를 나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밤이는 길 위에 있으나 사랑으로 감싸인 고양이다.
누군가가 만들어준 포근한 집이 있고,
닭가슴살과 좋은 간식을 챙겨주는 손길이 있고,
느티나무 아래 급식소에는 늘 다정함이 담겨져 있다.
나는 이제 겨우 밤이를 세 번째 계절 동안 지켜본다.
이 가을은 밤이를 보는 첫 번째 가을이다.
찬 바람이 돌면 밤이는 조금 더 통통해진다.
털을 입기 전에도 이미 든든한 배를 가진 동네의 뚱냥이였는데
지금은 훨씬 커 보인다.
커서 좋다. 크니까 귀여움도 한 뼘 더 커진다.
오늘처럼 햇살이 반짝이는 날엔 밤이도 햇빛욕을 즐긴다.
그 느긋한 몸짓마저 사랑스럽다.
나는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평생을 외국에서 살아온 친오빠에게 보여주었다.
친오빠가 잠시 후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내가 사는 서양의 고양이들은 서양 고양이 같은데,
한국 고양이는 참 한국 고양이 같다.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