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동네 고양이, 차가운 계절에 건네는 온기의 기록
온기가 빠져나간 밤공기 속에서, 온도는 어느새 영하로 내려앉고 나무들은 마지막 잎을 조용히 떠나보냅니다. 낙엽이 소복이 쌓인 골목을 지나면, 매서운 바람이 다시 불어올 것을 먼저 알아채기라도 한 듯한 눈동자들이 반짝입니다.
귤이와 밤이. 추위를 단순히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무서워하는 아이들. 두 아이의 작은 눈동자에는 지난 가을의 끝자락이 여전히 잔물결처럼 비칩니다.
오늘도 마음 좋은 사람들이 마련해준 작고 아늑한 겨울집 안으로, 조심스레 얼굴만 내밀어 세상을 살핍니다. 얼굴을 빼꼼 내민 그 시선은 또 다른 따뜻함을 향합니다. 여러 손길이 모여 꾸준히 채워지는 공식 급식소.
잠깐 비추는 햇살 아래로 몸을 꺼내, 하루를 버텨낼 한 끼를 향해 소리 없이 걸어갑니다.
가을만 해도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겨울은 그보다 더 두렵습니다. 그래서 계절의 순리를 이해하면서도, 때로는 그 당연함이 미워지기도 합니다.
저 또한 고양이를 알기 전 좋아했던 비 오는 날도, 첫눈도... 이제는 아름다움보다 걱정이 먼저 찾아옵니다. 언젠가 올 찬바람을 떠올리는 순간 마음이 먼저 움츠러듭니다.
요 며칠 동안 가장 자주 마주친 아이들,
귤이와 밤이, 엄마냥이와 루나.
서로가 가진 온기를 천천히 나누며 버텨가는 모습을 보면, 그나마 마음 한켠이 조금은 놓입니다.
그리고 그 곁엔, 아이들을 위해 마음을 쓰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겨울집을 마련하고 공급해주시는 분들, 또 제가 지나는 그 동네에서는 봉사자님들이 바람 들지 말라고 비닐을 새로 씌워주셨습니다.
그 따뜻한 손길 덕분에 아이들은 또 하루를 건넙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바람은 차갑지만, 사람과 고양이가 서로를 살피는 이 계절은 어쩌면 그보다 훨씬 따뜻합니다.
부디, 우리 모두에게 이 겨울이 추위보다 더 많은 온도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