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가을의 잔향, 고양이들과의 허락된 나날들 속에서

by 하얀 연

사랑이 오고 가는 날들엔, 눈에 보이지 않는 향기가 천천히 흘렀다.

그 잔향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깃들어 있다가,

어느 잔잔한 오후 문득 코끝을 스치며 다시 피어오르곤 한다.


어떤 날엔 마른 낙엽이 건네는 가을의 서걱한 탑 노트,

그 향과 함께 루루가 해맑게 뛰놀던 풍경이 되살아나고...


또 어떤 날엔 서늘한 바람에 실린 촉촉한 우디 향이 불어와

변압기 위에 드러누운 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하던

억울이의 느긋한 얼굴이 마음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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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어디론가 떠나가는 아이들.

그들의 발자국을 떠올리며 가을을 견디던 오늘,

나는 문득 생각한다.


우리에게 허락된 나날들에 대하여.

지금 이 순간을 더욱 고이 받아들이고

조금 더 다정하게, 조금 더 열심히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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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잘 마시고, 매일 꽃단장을 잊지 않는 엄마냥이.

그리고 그 곁을 어설픈 충성으로 지켜주는 동네 깡패 루나.

부디 서로에게 상처 주지 말고,

이 가을을 함께 살아내자. 천천히,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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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가 무서워 잠시 숨어버린 귤이,

귤이의 사정도 모르고 늦잠 자다 길게 하품하며 깨어난 밤이.

그리고 이 계절의 드문 햇살을 받으러 조용히 산책 나온 카오스 고양이 일호까지.

우리 모두, 이 짧고도 긴 계절을 무사히 건너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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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 나보다 훨씬 짧은 시간을

이 지구에 머물다 떠나야 하는 길 위의 아이들아.

세상은 여전히 다정하지 못하고,

날씨 역시 너희들의 작은 몸에 사납게 스며들겠지만,

그래도 사랑을 품고 살아가자.


서로의 체온을 작은 등불 삼아,

추운 계절을 함께 견뎌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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