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골목에서 만난 루나 (사진 모음)

by 하얀 연

지난 며칠, 몸이 아팠다. 글 쓰는 일을 잠시 미뤄두었다.

그러나 오늘은 꼭 글을 쓰리라 마음먹고, 늦은 점심시간에 근처 작은 카페에 앉았다.


한참을 멍하니 앉아, 지나간 날들을 떠올리네... 사랑도, 친구도, 모두 어디로 갔는지...
(김광석 - 서른 즈음에)


골목 뒷편, 작은 카페에서 쓸쓸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마치 운명처럼, 그 선율에 맞춰
고독함이 묻어난 발자국을 남기는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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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무심코 나는 루나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낙엽을 밟는 내 시끄러운 걸음에 루나는 뒤돌아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나를 알아본 듯, 또 저 사람이구나 하는 표정.
그러면서도 나의 존재에는 개의치 않은 듯,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루나는 오래된 기억 속으로 향했다.
또다시 그 미술관 마당으로, 지난 시간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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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고양이들은 사람들에게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하기도 하지만, 루나는 다르다.
이 동네에서 루나의 존재감은 확실하고, 사람들의 반응 또한 분명하다.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꼭 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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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보면, 어린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떠든다.

“저 깜장 고양이가 루나야! 쟤가 다른 예쁜 애들을 막 때린대! 나쁜 고양이야!”


루나는 그저 천천히 지나친다.
그러다 골목을 돌면, 어르신 한 분이 나오셔서 외치신다.

“또 밥 얻으러 사람 찾고 다니냐?!”


손에 든 봉지를 휙휙 던지는 시늉을 하신다.
봉지 소리에 놀란 루나는 질주한다.


그리고 다시 조용해진 길가, 루나는 이번에는 젊은 여성을 만난다.
“오늘은 내가 줄 간식이 없네. 미안해, 아가야. 춥지 않은 하루를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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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사람에게 때로는 애교 많고 다정하게 보이지만,
사실 상처도 많고, 밥을 먹어야 할 때 외에는 굳이 사람 곁에 머물지 않는 아이.


이번 계절, 루나는 조금 외로울지도 모른다.
삼 년 넘게 함께한 루루가 이번 겨울에는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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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행히, 루나 곁에는 서로의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엄마냥이가 있다.
둘이 부디 별 탈 없이 겨울을 나길 바란다.


세상에 있는 모든 루나들에게,
짧은 묘생이 외롭지 않고, 마음과 몸이 따뜻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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