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서른 걸음 사이에 사는 아이들

카오스냥, 삼색냥 그리고 주차장 냥이들

by 하얀 연

연말에 찍어둔 사진들을 올리기 위해 준비한 세 편의 글 중, 이 글이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이번 편의 주인공은 햇살 좋은 날이면 어김없이 마주치는 카오스냥이 일호(삐뚤이), 동네에서 가장 못생겼지만 정이 가는 삼각김밥 삼색냥이, 그리고 여러 이웃분들을 통해 알게 된 주차장 지킴이 치즈 삼냥이 가족(망고와 아이들)과 주차장을 자주 찾는 옆집의 수호의 이야기도 함께 기록해보려 합니다.




§ 잠깐만요!

우선, 오늘의 찐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풀기에 앞서, 어제와 오늘 인사한 같은 동네 아이들의 사진만 공유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실제로도 직업이 두개지만, 평일에 이 동네에만 오면 길고양이 사진작가가 되어 쓰리잡을 뛰는 것 처럼 느껴지네요... ㅎ


♥ 예쁜 통통냥이, 우리들의 고등어 반반이 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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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나타난, 왕크왕귀 짠한 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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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 남자 고양이, 우리들의 귀요미 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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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구역의 깡패, 미술관 깜장냥이 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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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부터... 오늘의 찐 주인공들입니다.


1. 카오스냥이 일호... 알고 보니 사랑을 듬뿍 받는 삐뚤이라고?!


우리 동네에서 처음 만난 카오스 고양이, 일호는 연말 내내 거의 매일 마주쳤다. 출근길에 자연스럽게 보다 보니, 일호도 내 걸음소리인지 냄새인지... 아무튼 무언가를 알아보는 것 같다. 사람들이 우르르 지나가도 지붕 위에서 내려다보며 무관심하거나,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숨어서 지켜보던 아이가, 내가 다가오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달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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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내가 특별히 챙겨준 것도 아니다. 몇 번 “일호야~” 하고 불러본 게 전부고, 이미 돌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뒤로는 아주 가끔 덴탈 트릿을 주는 정도다. 이 동네에서 유난히 아끼는 엄마냥이만큼 마음을 준 것도 아닌데, 일호는 나를 보면 반가운 모양이다.


덕분에 아주 가까이서 찍은 사진이 유독 많다. 늘 같은 표정, 같은 자리라 모두 같은 날 찍은 사진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전부 다른 날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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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햇살이 유난히 맑았던 날에는 늘 일호를 보던 지붕 맞은편, 2층이 있는 가게에서 일호를 만났다. 아래에서 나를 내려다보던 일호는 어김없이 후다닥 계단을 내려왔다. 그 장면을 멀리서 지켜본 가게 사장님이 다가와 말씀하셨다. “삐뚤이가 아가씨를 알아보네요?!”


알고 보니, 그동안 말로만 듣던 일호를 오랫동안 돌봐주신 분이 바로 이 가게 사장님이었다. 일호는... 아니, 삐뚤이는, 혼자서 이 2층 가게에 올라와 잠도 자고, 밥도 먹고, 매일 빠짐없이 출석 도장을 찍고 있었다고 한다. 가끔 다른 고양이들이 스쳐 지나가긴 하지만, 이곳을 집이라 여기는 건 삐뚤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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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이는 낯선 사람을 좀처럼 가까이하지 않는, 아주 조심성 많은 카오스 고양이다. 그래서 사장님의 따님도 삐뚤이가 매일 가게에 온다는 말을 쉽게 믿지 못하셨다고 한다. 그런 삐뚤이가 나를 알아보고 다가오는 모습에, 사장님도 나도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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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사장님께서 이 글을 보시게 된다면...

약속드린 대로, 언젠가 화보집을 만들게 된다면 삐뚤이 사진도 꼭 넣어서 선물로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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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난생 처음 만난 못생긴 길고양이.. 삼각김밥 닮은 삼색냥이...


어느 날 점심을 먹고 급히 사무실로 돌아가야 했다. 지도를 보며 발걸음을 재촉하다, 좁은 지름길을 발견했다. 그 안에는 팬스로 깔끔하게 구분된 공간이 있었고, 더 안쪽에는 고양이 집이 보였다. 위생 상태도 훌륭하고, 디자인마저 깔끔한 집이었다. 집 안에는 스크래쳐와 커다란 밥그릇, 물그릇까지 갖춰져 있어 관리하시는 분이 얼마나 정성껏 보살피는지 단번에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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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날, 햇살이 쨍쨍 내리쬐고 숨만 쉬어도 땀이 나는 날이라, 고양이를 만나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매일 보던 엄마냥이와 루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조금만 더 걸어가니, 삼각김밥을 닮은 삼색 고양이가 그늘에서 쉬고 있었다. 우리 동네 고양이 중에서 제일 못생겼다고 생각되는 삼색냥이, 그렇게 처음 만났다.


나는 평소 길고양이든 집고양이든 다 귀엽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 아이를 보면서 ‘삼각김밥 닮았네, 못생겼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또 그 못생김이 묘하게 귀여웠다. 목소리는 생김새와 달리 굉장히 하이톤이라, 처음 들으면 놀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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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에는 삼각김밥을 자주 만났다. 일호(삐뚤이)처럼 매번 같은 자리,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어, 사진을 새로 찍어도 같은 날 찍은 듯 보인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아이의 사진도 모두 다른 날 찍은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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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를 돌보는 분과는 단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지만, 집과 밥그릇, 물그릇을 볼 때마다 그 정성이 느껴진다. 늘 속으로 바란다. 좋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좋은 일이 돌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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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차장을 지키는 천사들, 끈끈한 망고와 무명이, 치즈 어르신, 그리고 수호천사 수호


주차장 고양이들에 대해 워낙 많은 글을 올렸기에 길게 쓰진 않겠지만, 연말에 오고가며 몇 번 마주친 기록을 남기려 한다.


이 아이들은 항상 같은 자리에 있어, 주차장을 지나가기만 하면 거의 엇갈리지 않는다. 덕분에 이 아이들을 챙기시는 분도 직접 뵐 수 있었고, 이름과 나이를 알려주셨다. 망고는 약을 복용한다는 사실, 수호는 나이 많은 치즈들이 냄새가 난다며 함께 오래 있기를 꺼린다는 정보 등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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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는 넷이 함께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오랜 시간 구내염을 앓고 있는 망고는, 아무리 냄새가 나고 침을 흘려도 쉴 새 없이 따라다니고 머리쿵을 해주는 무명이와 둘도 없는 친구다. 둘은 함께 자고, 음식을 나눠 먹는다. 서로의 그림자처럼 아끼는 모습을 추운 겨울에도 볼 수 있으니, 마음이 더없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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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과 따로 자지만 같은 영역에서 지내는 어르신도 있다. 작년에는 열세 살에서 열다섯 살 사이로 추정되었다고 전해 들었으니, 길고양이로는 기적 같은 나이다. 신기하게도 다른 아이들보다 느리지 않고, 이 중에서 가장 건강해 보이기도 한다. 어떻게 돌보아 이렇게 오래 살 수 있었는지, 그 비결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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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도 연말에 두어번 만났다. 수호는 외톨이 기질이 있으면서도 온기가 필요할 때 주차장의 할배, 할미 치즈냥이들을 찾아간다. 다만 치즈냥이들은 모두 냄새가 나서 수호가 오래 같이 있진 못한다.


챙겨주시는 분 말씀으로는, 수호가 처음에는 같이 지내려고 노력했지만, 다들 늙고 냄새 나는 것이 싫어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이제는 가끔 그리울 때만 찾아오는 주차장의 수호천사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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