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구릉 너머에서 발견한 우리 동네 뚱냥이 천국
구릉으로 오르는 길,
이제는 진짜 진짜로 이 작디작은 동네의 고양이들을 전부 파악했다고 믿고 있던 나에게
고양이 세계는 또 한 번 나의 오만을 바로잡아 주었다.
모든 시작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큰 길가를 건너 정신없이 달리더니, 어느 수상한 골목으로 쏙 들어가버린
진한 오렌지 털코트를 입은 고양이를 만났고,
그 고양이를 따라가다 보니 도착한 곳은 얼마 전 만났던 배추밭 고양이의 영역.
그리고 거기서 조금만 더 들어갔더니...
나는 결국 고양이 천국의 입구를 발견하고 말았다.
우리 동네 가장자리, 고요하고 한적한 산 자락의 땅이 있다.
가을이 남기고 간 낙엽들이 아직도 흙바닥 위에 어지럽게 쌓여 있고,
그 위로는 자연이 만든 진짜 나뭇가지와
누군가의 다정함으로 만들어진 가짜 잎하리가 섞여
비닐집들을 덮고 있다.
그 안에는 작은 급식소들, 겨울집과 스크래쳐까지.
철저하게 준비된 냥냥월드의 풍경.
언덕 곳곳에 뛰엄뛰엄 놓인 고양이 집들과 급식소들.
사람 소리보다 바람과 새, 그리고 고양이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이곳에서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그 순간, 이 공간의 유일한 인간이 바로 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 주위엔... 뚱냥이 천국이 펼쳐져 있었다.
터줏대감으로 보이는 두 마리는 “여긴 우리 동네인데요”하는 표정으로
적당히 경계하며 낮은 소리로 인사를 건네고,
나머지 여섯 마리는 좀 더 야생적인 눈빛으로 낯선 인간을 정확히 구분해냈다.
나를 보자마자 각자 예쁘게 꾸며진 집 안으로 쏙 들어가 문틈에서 빼꼼 노려보기만 한다.
집의 개수, 사료 그릇의 개수만 봐도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게 끝일 리 없다. 분명 아직 안 나온 고양이가 더 있다.
모든 고양이들이 통통하다. 그중 한 마리는 설명이 필요 없는 엄청난 뚱뚱냥이다.
모두 중성화 수술을 마친 아이들이고, 이 평화로운 영역의 삶에 완전히 익숙해 보였다.
서로 영역 다툼은커녕,
어떤 아이들은 같은 비닐 아래 겨울집을 두 채나 두고 나란히 들어가 온기를 나누고,
몇몇은 쉴 새 없이 수다를 떨며 머리쿵을 반복한다.
너무 평화로워서 신기할 정도로.
지지난 글에서도 썼지만, 이 공간은 한 사람이 관리하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환경적으로도, 양으로도.
밥그릇은 세어도 너무 많고, 물그릇은 그보다 더 많다.
집들은 자연 속에 흩어져 있는데, 이상하게도 그릇의 모양이나 배치,
꾸밈을 보면 분명 한 사람의 손길 같다.
이 공간을 관리하는 분이 혹시 이 글을 읽지 않을까 현실성 없는 기대해 본다.
그분이 사랑으로 챙겨준 고양이들이 이렇게 건강하고, 통통하고, 예쁘게 살고 있다는 걸
사진으로 남기며, 이번 글을 마무리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