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구릉 너머에서 발견한 우리 동네 뚱냥이 천국

by 하얀 연

구릉으로 오르는 길,

이제는 진짜 진짜로 이 작디작은 동네의 고양이들을 전부 파악했다고 믿고 있던 나에게

고양이 세계는 또 한 번 나의 오만을 바로잡아 주었다.


모든 시작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큰 길가를 건너 정신없이 달리더니, 어느 수상한 골목으로 쏙 들어가버린

진한 오렌지 털코트를 입은 고양이를 만났고,

그 고양이를 따라가다 보니 도착한 곳은 얼마 전 만났던 배추밭 고양이의 영역.


IMG%EF%BC%BF9899.jpg?type=w1600
IMG%EF%BC%BF9911.jpg?type=w1600
IMG%EF%BC%BF9903.jpg?type=w1600


그리고 거기서 조금만 더 들어갔더니...

나는 결국 고양이 천국의 입구를 발견하고 말았다.


SE-64FA8993-ED73-43B5-B93E-1D1DA74638F9.jpg?type=w1600
SE-77396A92-6F03-4DAC-8AD9-A8A702500FDD.jpg?type=w1600
SE-E05F27A1-E492-4A5E-ADD6-22106525C834.jpg?type=w1600


우리 동네 가장자리, 고요하고 한적한 산 자락의 땅이 있다.

가을이 남기고 간 낙엽들이 아직도 흙바닥 위에 어지럽게 쌓여 있고,

그 위로는 자연이 만든 진짜 나뭇가지와

누군가의 다정함으로 만들어진 가짜 잎하리가 섞여

비닐집들을 덮고 있다.


그 안에는 작은 급식소들, 겨울집과 스크래쳐까지.

철저하게 준비된 냥냥월드의 풍경.


IMG%EF%BC%BF9905.jpg?type=w1600
IMG%EF%BC%BF9907.jpg?type=w1600
IMG%EF%BC%BF9902.jpg?type=w1600


언덕 곳곳에 뛰엄뛰엄 놓인 고양이 집들과 급식소들.

사람 소리보다 바람과 새, 그리고 고양이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이곳에서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그 순간, 이 공간의 유일한 인간이 바로 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 주위엔... 뚱냥이 천국이 펼쳐져 있었다.


IMG%EF%BC%BF1229.jpg?type=w1600
IMG%EF%BC%BF1233.jpg?type=w1600
IMG%EF%BC%BF1235.jpg?type=w1600
SE-8660FE36-7D4C-4F61-B1CD-D19DFAC1A608.jpg?type=w1600
SE-5EDB473D-3596-4CCC-99CB-EE0DD163B294.jpg?type=w1600


터줏대감으로 보이는 두 마리는 “여긴 우리 동네인데요”하는 표정으로

적당히 경계하며 낮은 소리로 인사를 건네고,

나머지 여섯 마리는 좀 더 야생적인 눈빛으로 낯선 인간을 정확히 구분해냈다.

나를 보자마자 각자 예쁘게 꾸며진 집 안으로 쏙 들어가 문틈에서 빼꼼 노려보기만 한다.


IMG%EF%BC%BF1264.jpg?type=w1600
IMG%EF%BC%BF1269.jpg?type=w1600
IMG%EF%BC%BF1270.jpg?type=w1600
SE-AD37B879-DFB6-4557-A26D-120281353FBF.jpg?type=w1600
IMG%EF%BC%BF1278.jpg?type=w1600
IMG%EF%BC%BF1273.jpg?type=w1600


집의 개수, 사료 그릇의 개수만 봐도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게 끝일 리 없다. 분명 아직 안 나온 고양이가 더 있다.


IMG%EF%BC%BF1281.jpg?type=w1600
IMG%EF%BC%BF1251.jpg?type=w1600
IMG%EF%BC%BF1255.jpg?type=w1600
SE-CC738530-AC72-479F-BF38-2AEC46E0BDCE.jpg?type=w1600
SE-AFCDFC5B-C184-4653-A5BC-0643D28ADC53.jpg?type=w1600
SE-0249F8D5-A3B2-4705-9184-05160A2A3739.jpg?type=w1600


모든 고양이들이 통통하다. 그중 한 마리는 설명이 필요 없는 엄청난 뚱뚱냥이다.

모두 중성화 수술을 마친 아이들이고, 이 평화로운 영역의 삶에 완전히 익숙해 보였다.


SE-06857B60-2EAA-47BF-B53B-35ABA91E0E15.jpg?type=w1600
SE-8E905656-E42A-40FB-90A7-99324CF1F349.jpg?type=w1600
SE-620DA269-C465-465D-9F10-39C691E5D803.jpg?type=w1600
SE-E2648808-57AD-4657-8C3D-D7FE5111C503.jpg?type=w1600
SE-9606D6BA-4FA8-4975-9206-097FA1CEA34A.jpg?type=w1600


서로 영역 다툼은커녕,

어떤 아이들은 같은 비닐 아래 겨울집을 두 채나 두고 나란히 들어가 온기를 나누고,

몇몇은 쉴 새 없이 수다를 떨며 머리쿵을 반복한다.


너무 평화로워서 신기할 정도로.


SE-7F01F2B4-3969-47D8-B637-8765CFBA8F16.jpg?type=w1600
SE-0AD342E5-0186-45FD-8B73-B68E06657D81.jpg?type=w1600
SE-61C872AC-E8B0-45CA-A48A-7C47D06D7AB4.jpg?type=w1600
SE-9F86C83C-7EC5-4ED6-96BB-89CC9478DD65.jpg?type=w1600
SE-999DD294-5624-4CF5-9A04-CEE0569FA18B.jpg?type=w1600
IMG%EF%BC%BF1220.jpg?type=w1600


지지난 글에서도 썼지만, 이 공간은 한 사람이 관리하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환경적으로도, 양으로도.


밥그릇은 세어도 너무 많고, 물그릇은 그보다 더 많다.

집들은 자연 속에 흩어져 있는데, 이상하게도 그릇의 모양이나 배치,

꾸밈을 보면 분명 한 사람의 손길 같다.


SE-AE9CECB1-0A95-444B-BF8A-37227821EC70.jpg?type=w1600
SE-0036A3A9-41CE-4617-875A-2009D59E0456.jpg?type=w1600
SE-8B21AEF7-DCE8-46F9-9F6F-01E3FFBA5B1B.jpg?type=w1600
SE-2C8915E4-F5EF-4247-B914-12CACE9D6055.jpg?type=w1600


이 공간을 관리하는 분이 혹시 이 글을 읽지 않을까 현실성 없는 기대해 본다.


그분이 사랑으로 챙겨준 고양이들이 이렇게 건강하고, 통통하고, 예쁘게 살고 있다는 걸

사진으로 남기며, 이번 글을 마무리 짓는다.


SE-017A5B40-C5AC-4315-9D6B-280F58CB9DA3.jpg?type=w1600
SE-17CF3098-DC3A-4DCC-B349-7910BE3099A4.jpg?type=w1600
SE-A1CF7AD8-7E44-4948-86D0-BB14B57D82BA.jpg?type=w1600
SE-7a64fc1d-700b-4b47-964c-b32820762e94.jpg?type=w1600
SE-98eda232-cb91-4ec7-946b-aa0d3344cc62.jpg?type=w1600
IMG%EF%BC%BF9902.jpg?type=w1600


keyword
작가의 이전글111 서른 걸음 사이에 사는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