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부자 동네 길고양이들의 간택 이야기

by 하얀 연

※ 글이 지루하지 않도록 중간에 넣은 고양이 사진들은 이야기와 무관합니다.



평창동 한라봉 고양이


평창동에 사는 직장 동료가 내게 말했다.

어느 날 마당에 오렌지는 직장 동료가 내게 말했다.


해 질 무렵 어느 날, 사납게 부는 가을 바람에

집안과 바깥을 연결하는 대문을 닫으러 갔는데

바깥 마당에 한라봉을 닮은 고양이를 만났다고.

동료는 스무살된 고양이를 키우는, 진정한 집사라

한라봉 고양이를 두고 문을 닫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마당에 들어온 이유는 아마 찬 바람 때문이었을 텐데,

잠시나마여도 따뜻한 실내에서 푹 쉬라고 틈을 살짝 보이고

안쪽에 그 아이를 위한 밥상을 나름 정성을 담아 차렸단다.

그 마음을 알았을까, 한라봉 고양이는 바로 들어왔다.

밥을 먹고 인사도 했다. 그리고 집을 나갔다고 한다.


그날 밤, 동료의 아내 분이 이런 말을 했단다.

"가끔 마당에 진한 오렌지색 고양이가 찾아오곤 해."

그때 동료는 놀라며, 마침 조금 전에 그 고양이에게 밥을 주었다고 말했다.

"나도 밥을 주었는데, 또 먹었다고?"


같은 고양이였을까?

둘은 밤새 고양이 이야기를 하다 잠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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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집에 콕 박혀 쉬던 다른 날, 한라봉 고양이는 또 다시 찾아왔다.

그제서야 한 가지 사실이 드러났다. 한라봉 고양이는 그동안

여집사에게 점심을 얻어먹고, 남집사에게 저녁을 얻어먹던 것이다.



몹시 춥던 그날에는, 남집사인 동료가 아내 분에게 고양이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아이가 길 위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우리가 잘 키울 수 있을 텐데..."


한라봉 고양이는 알아들었을까. 그날 이후로 마당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남집사는 한라봉 고양이가 집안에 들어와 적응하길 기대하며, 나름 노력한단다.

언젠간 이사가면 꼭 데려가리라는 결심을 이미 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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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창고에서 사는 고양이


성북동에 사는 또 다른 직장 동료도 며칠 전에 길고양이를 목격했단다.


어느 날 밤, 커다란 나뭇잎이 펄럭이는 것을 보았는데,

아내 분이 곧바로 낮은 소리로 물었단다.

"방금 그 고양이, 고등어 태비였어? 토티셸이였어?"

움직인 게 나뭇잎이 아닌 고양이였던 것이다.


분명히 어두운 털코트를 입은 고양이였다고 말하는 아내는

그 날 이후로 그 고양이를 다시 만나기를 기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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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부부는 동물을 사랑한다.

동료는 평생 강아지와 자랐고, 아내 분은 강아지와 고양이 모두 키우며

길고양이도 여러 마리 구조하고 치료하고 입양 보낸 경험이 있었다.

그녀는 각각 고위 외교관으로 활동해 온 아버지와 어머니를 따라

이 나라 저 나라 다니면서도 꼭 길고양이를 챙겨주곤 했다.

이제는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외교관 남편을 만나 여전히 2-3년에 한번 나라를 옮겨 다니는데도

동물보호의 뜻을 뚜렷하게 갖고 가는 곳마다 길고양이를 보살핀다고 한다.


그 동료 부부에게는 약물에 의존하는 아픈 강아지가 있다.

그들의 강아지는 10살인데, 1살 때부터 아팠단다. 9년이라는 세월 동안

매일 5번씩, 꼭 같은 시간대에 약을 복용하는 일을 어긴 적 없고,

비행기에서도 시차를 계산해가며 챙겨주었단다.


굉장히 섬세하고 사랑이 많은 그 부부는 최근에

성북동 집 마당 뒷편에서 고양이를 또 만났다.

그리고 다음 날 또 만나고, 그 다음 날도 또...


토티셸, 그러니까, 카오스 고양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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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부부의 25키로로 큰 강아지가 무서워서 다가오지 못하는 것 같은데,

무서우면서도 추위를 못 견뎌 자꾸 찾아온다고 추측하고 있다.


아내 분은 마당 뒷편에 있는 창고를 일부러 열어놓았다.

보일러를 켜고, 온기가 느껴지는 곳으로 꾸몄다.

밥그릇과 물그릇, 쉴 수 있는 방석과 담요까지.

매일 한번씩 그 공간을 청소하고 사료와 물을 갈아주고 있단다.

그녀의 목표는, 그 고양이를 구조하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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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이 없는 성북동을 홀로 떠돌고 있는 어린 길고양이 같다고 한다.

누군가가 챙기지 않는다면 겨울을 이겨내지 못할 걸 우려하는 그녀는,

본인이 아니라면 또 다른 집이 보살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고 한다.


강아지와 잘 지낸다면 입양할 의향을 가지고 고양이를 챙기는 중이다.

강아지와 어울리지 못하거나 자주 이사해야 하는 사정 때문에 입양이 어렵다면

꼭 좋은 환경과 여건을 갖춘 사람에게 연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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