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그 겨울, 야옹이 운다

by 하얀 연

눈 위에 쓴 묘생(猫生)의 기록


이른 오후의 산책길, 순백의 설원 위로 깊게 파인 작은 별들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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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목의 주인이라면 아마 열 살을 훌쩍 넘긴 엄마냥이의 흔적이겠지요.


“이 시린 날, 포근한 겨울집에나 있지 무엇하러 이리 바삐 다녔을까...” 저의 나지막한 걱정이 눈발 사이로 맺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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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두어 번 크게 휘돌아보니, 길 위엔 더 많은 이야기들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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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게 앞, 묵직하고 통통하게 찍힌 발자국. 이건 분명 제 집으로 퇴근하던 짠한 노랑이의 당당한 걸음걸이일 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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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골목 카페 앞, 촘촘히 박힌 흔적들은 겁은 많지만 조심성은 빵점인 마고가 간식을 찾아 달려간 급한 마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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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이밤이가 지나간 자리를 지나 보이는 주차장의 수호의 늠름한 보폭과, 이층집 카오스 고양이 일호의 가벼운 발걸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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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영역과 루틴을 꿰뚫고 있는 저는 보물 찾기를 하듯 일부러 그 발자국 뒤를 포개어 걸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어느덧 이 작은 생명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정의 늪에 빠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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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겨울바람이 저 멀리 불어가고 이 동네에 볕 좋은 봄이 찾아오면, 제가 이곳의 고양이 이웃이 된 지도 꼬박 일 년이 됩니다. 하지만 다가올 봄은 이름만 같은 계절일 뿐이겠지요. 새 꽃이 피어날 그 계절에 저는 이곳을 떠날 운명이니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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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기억은 영하의 기온에 꽁꽁 얼어붙던 급식소의 물그릇처럼 단단하게 마음 한구석에 오래도록 머물 것 같습니다.


고양이를 사랑하고 돌보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 다 이와 같겠지요. 한 생명을 이토록 오래 지켜보고 사랑했는데, 어찌 잊을 용기 따위가 쉽게 생기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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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사진보다 영상으로 아이들을 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떠나기 전 사진을 많이 찍어서 근사한 화보집을 만들고 싶다던 저 혼자만의 작은 소원을 잠시 뒤로하고 아이들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고 편집하는 작업을 먼저 시작했습니다.


이름이 있는 길 위의 아이들을 마음껏 부르고 사랑했던 날들이 영원히 재생됐으면 좋겠는 마음이네요.


SNS에서도 만나보실 분들을 위해 제가 최근에 시작한 계정을 남기겠습니다.

인스타그램 @jongno_c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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