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힘들고, 생각보다 행복할 거야.
연말 즈음에 우리도 이제 나이가 이러하고 여태 열심히 살았으니 연말연초에는 호텔 라운지에서 커피 한 잔 정도는 먹어도 되지 않냐며, 절친과 들떠서 잡았던 선약이 있었다. 아직 난 그런 곳에서 커피 마실 팔자가 아닌 건지, 선약 이틀 전부터 침 삼키는 것도 아프고 코에서 피가 섞인 아주 누렇고 찐득한 덩어리가 그렁그렁 끊임없이 나왔다. 이러지 마 제발. 하면서 약을 먹고 견뎠지만 밤새 목과 코가 너무 아파서 잠도 거의 못 자고 눈도 퉁퉁 부었다. 눈가를 꾹 누르면 눈에서도 누렇고 험한 것이 나올 것만 같았다. 이런 상태로 서울 파르나스 라운지를? 말이 안 되기에 하루 전날 절친과의 선약을 취소했다. 그나마 절친이라서 내가 어지간해선 그럴 사람이 아닌데 오죽하면 그럴까 하며 이해할 것이기에 다행이었다. 병원에 갔더니 '급성 비염'이라며 항생제 처방이 나왔고 처치는 꽤나 깊숙이 타깃 하는 것이라 당황스러웠다. 그토록 잠도 못 자게 괴롭고 나가지도 못할 몰골로 만들더니만 약 먹은 지 이틀 정도 지나니 급속도로 호전되었다. 이럴 거면 좀 더 빨리 아프지. 내년에는 부디 꼭 가보는 걸로.
타이밍이 너무 억울하긴 하지만 어떤 식으로, 어느 부위로든 탈이 날 줄은 알았다. 기존에 하나였던 기획은 남편이 회사를 관둠과 동시에 한 가지 기획이 더 추가되었고 남편과 나는 각자 대표로, 서로가 팀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기존 기획만 예창패 일정에 맞춰 자잘하게 수정보완하고 MVP 모델 완성에 집중하던 상황에서 갑자기 새로운 내 사업의 기획서를 쓰고 다음 주 목요일에는 그 내용과 관련된 콘텐츠의 첫 번째 촬영을 하게 되었다. 촬영 진행을 위해 프롬프트를 짜고 게스트에게 과제를 내주었다.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이제 틀렸다한들 어쩔 것이여? 그냥 가는 거다. 안면 전체가 얼얼하고 두통이 심해 저녁을 먹고 치운 뒤 누워서 쉬려고 하는 나를 남편이 붙잡으며 또 회의가 시작되었다. 속으로 욕하면서도 지금 아플 시간도 없다는 것을 알기에 말없이 안경을 다시 끼고 노트북을 켰다.
며칠 째 집에 계속 있는 아빠를 보며 아이가 회사 안 가냐고 물었다. 남편은 쿨하게 관뒀다하며 이제 엄마 아빠 모두 사장이 될 거라고 말했다. 아이는 낮 동안 '우와 아주 멋있다!'라고 하더니 밤에 재워주려고 둘이 누우니 내 귀에 바짝 입을 대고 소곤소곤 말했다.
"근데... 그게... 가능하긴 한 거지?"
... 그냥 자. 걱정은 엄마 아빠가 할게. 신혼 이후로는 점 보러 간 적이 없는데 보러 가 볼까. 남편은 이미 일하는 내내 점술가들의 유튜브 채널을 틀어놓고 마인드 셋을 하고 있다. 남편의 올해 운세가 아주 좋단다. 지난 한 해를 비롯해 그동안 부모 복도 없고 사람에 치이고 배신당하고 억울하게 당하는 일들이 숱했을 텐데 이제는 그것을 보상받고도 남을 정도로 여러 운이 상승세란다. 문서운, 이동 수, 귀인 등. 미리 준비만 잘 되어 있는 상태라면 빛을 볼 것이라 한다.
이제 내가 대표로 출원할 사업도 추가되었으니 내 운세도 중요해진 상황. 지인 중에 사주를 볼 줄 아는 이가 있어 태어난 날일과 시간을 주고 물어보니 나 또한 좋은 편이란다. 기본적으로 전쟁터에 나간 여장군 기질에 쇠, '경금'의 성질이라 불기운이 들어와야 운이 풀리는데 올해 운세가 용광로에 들어가 제대로 달궈지는 운세라고 한다. 투자보다는 그간의 경험치를 살려 성장하는 쪽이 더 이득으로 들어온다고 한다. 내가 끌고 갈 사업의 취지가 그동안 쓰고 읽고 보고 경험한 것들을 매개로 하여 현대의 급변하는 시대에서 역설적으로 더 사유해 보고 함께 소통하고 체감하고 확장해 보자는 것이기에 올해 나의 운세는 하려는 일과 잘 맞는다. 허나 좋은 운이라는 것은 본인이 잘 준비되어 있을 때 비로소 들어오는 것이고 여러 운이 좋을 때에는 나쁜 기운, 나쁜 사람 또한 들어오기 쉽기 때문에 조심하고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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