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내겐 조금은 느슨한 주말이야.
오늘은 점심밥으로 김치볶음밥을 시켜 먹기로 했어. 어플을 열고 아들 거랑 내 거. 스팸김치볶음밥에 결제를 했지. 다이어트 중이지만 아주 맛있게 먹어주겠어!!
그리고 아주 새까맣게 잊어버린 거야.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청소를 하고 한숨잠깐 자고 일어나 오후 늦은 커피를 먹고 있는데 배에서 꼬르륵하네. 뭐지?
아!!!!!(느낌표가 한 줄 가득 있었으면 좋겠지만 생략하자.)
잊었던 점심밥이 떠올랐어
핸드폰을 보니까 현관문 앞에 놓았다는 라이더의 문자가 있는 거야. 세상에나
현관문을 열어보니 차갑게 식은 하얀 봉투가 바닥에 아주 다소곳이 누워있더구먼.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너무 미안한 거야.
얼른 가져와 식탁에서 비닐을 벗겨보니 검은 통에 담긴 김치볶음밥은 이미 사망한 듯 식어있었어.
이미 골든타임을 넘어섰고 난 의미 없는 심폐소생술하는 기분으로 데웠거든?
그런데 김치볶음밥에서 플라스틱 냄새가 나더라고. 먹을 수 없었지. 사망선고와 다름없었어.
그 냄새는 '한때 난 뜨거운 김치볶음밥이었다'는 소리 없는 외침 같았어.
몸이 아프지 않았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아쉬워하는 나처럼 말이야. 김볶씨도 그런 것 같아.
잘 가요 김볶씨. 당신이 뜨거웠던 과거는 내가 아니까 그걸로 만족하시길..
내가 한때 말랐었다는 건 누가 기억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