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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잠 Jul 13. 2022

채워짐과 비워짐에 관하여.

첫번째 이야기 <죽음>

다리 건너편의 세상에서 행복하세요.by.노랑물고기















비워짐의 불행을

채워짐으로 이겨내자


올봄은 내게 너무나 잔인했다.
부모님이 한 달 차이로 돌아가셨기 때문이었다.
이 여름, 슬픔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한때 잠깐 구피라는  물고기를 길렀던 적이 있다.

꽤 애지중지 길렀었는데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 많던 물고기들이 전멸해 있었다.

아니 사실 딱 한 마리만 살고 모두 죽었다. 왜 나머지는 전멸하게 되었는지 나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한 마리가 살았다는 것이었다. 살아난 물고기는 노란색 꼬리를 가진 막구피였다.  텅 빈 어항 속에 노란 구피 한 마리만 덩그러니 헤엄쳐 다니고 있었다. 그 많은 친구들이 떠나간 뒤 노란 구피가 외로울 것 같아 몇 마리 더 넣어줄 생각이었는데......


 더 놀란 것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노란 구피가 많은 수의 치어를 낳았기 때문이었다. 그 치어들이 잘 커주어 다시 어항은 가득 채워진 거 같았다.그리고 다 자란 치어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으면 다른 구피가 치어를 낳고 하면서 물고기 개체수는 크게 변하지 않으며   유지되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도 어항속 세상에서도  균형을 맞추고 상태를 유지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물고기 개체수말고 감정에서도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안 된다.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슬픔 속에서만 잠겨있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남은 사람은 계속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항상 곁에 있어주었던 부모님의 부재는 도저히 긍정적으로 생각할수 없을만큼 슬펐기때문이다.

  


가쿠다 미쓰요가 쓴 <8일째 매미>라는 책을 읽은 게 생각났다.

매미는 땅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뒤 땅 위로 나와 7일을 살다가 죽는다고 한다. 그런데 하루를 더 살게 된 8일째 매미가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하루를 더 살게 되어 행복할까? 친구들이 모두 떠나가서 불행할까?

아마 둘다의 감정을 모두 느끼게 될 것 같다. 그래서 불행하다 여기면 끝없이 불행하고 행운이라고 여긴다면 또 불행할 이유가 그만큼 작아진다. 죽음으로 인해 슬플 때 삶을  더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돌아가신 부모님도 남은 가족이 행복해지길 원하실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안계시더라도 삶을 이어가야한다.    

따라서 감정 또한 비워짐으로 인해 불행할 땐 채워짐으로 이겨내야 한다.


죽음은 후회다. 마지막 가시는 길에 목놓아 울어도 소용없고 슬픔에 몸 부림 친들 죽음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었다. 살아계실 때 잘해드리지 못한 것만 생각이 나서 땅을 치며 후회한들 살아돌아오실수  없는 것을 깨달아도 늦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곳으로 가셨다는 믿음으로 눈물을 닦는다.


죽음은 추억이다. 죽기 전에 자신의 삶을 짧은 순간에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파노라마는 돌아가신 부모님뿐이 아니라 자식인 나에게도 보이는 듯하다. 물론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 말이다. 그것을 추억이라고 부른다면 그 추억은 내가 살아있는 동안 힘들 때마다 돌려볼 것 같다.


 죽음은 초연해 짐이다. 더 가지려 하는 것도 더 행복해지고 싶은 것도 모두 욕심이고 부질없다. 과거에 얽매이는 것도, 미래가 두려워 많은 것을 놓지 못하는 것도 죽음 앞에선 벗어날 수 있고 놓을 수 있다.


죽음은 믿음이다. 나의 부모님도 부모님의 부모님을 만나셨으리라. 내가 나중에 부모님을 다시 만나고 싶은 것처럼 그 바람을 이루셨으리라. 이제 세상의 고통과 시름을 내려놓고  행복하실 것이다. 그렇게 믿으면 부모님을 잃은 슬픔이 덜해진다.


이렇게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해보니 떠나신 부모님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내 삶이다. 모래사장 위의 글씨를 바닷물이 지우고 가듯 그렇게 돌아가셨지만 파도는 멈추지 않고 바람도 여전히 춤을 춘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세상이 돌아간다. 비워진 곳을 아무렇지도 않게 채우고 원래 그랬던 듯 모든 것이 돌아간다. 채워짐과 비워짐 그리고 다시 채워지는 섭리와 이치를 이해하게 되면 이 지독한 슬픔에서 조금씩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 바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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