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잠 Jul 13. 2022

내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두번째 이야기 <자존감>

나에게 매일 주는 선물=커피  BY 노랑 물고기











좋은 사람이 되려거든

먼저 나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 되자. 


찜통더위가 연일 계속되었다. 


더워서 힘든 것  이외에 나에게는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쓰레기였다. 

일반, 음식물. 재활용 3종 세트가 집에 쌓여가고 있었다.

이혼 후.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점점 싫어지면서 이젠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것조차 힘들었다. 

이러다 뉴스에 나오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 와중에  음식물 쓰레기통이 꽉 차고 4일이나 지났다. 

오늘은 꼭 버려야 한다!  굳은 결심을 하고 음식물 버릴 때 사용하는 카드를 챙겼다. 음식물 쓰레기통을 들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가까워질수록 집에서 멀어지는 것이 두려웠다. 

아.. 이러다 히키코모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층에서 내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곳으로 걸어갔다. 카드를 찍으니 투입구가 열렸다. 

"10x동 0000호 투입구 문이 열렸습니다."


이젠 음식물 통을 열어야 했다. 얼마나 처참한 상태일지. 또 그 냄새는 얼마나 끔찍할지 예상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오늘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뚜껑의 잠금장치를 하나 열었다. 

푸슈~가스가 새어 나오는 것일까? 다른 한쪽의 잠금장치도 풀었다. 푸슈~ 

이것은 마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는 기분이었다. 더 이상 지구가 쓰레기를 수용할 수 없어서 다른 행성에 쓰레기를 버리고 오는 일종의 그런 영화 말이다.


잠금장치를 풀었으니 이제 뚜껑을 열어야 했다. 심호흡 한번 하고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최대한 빠르게 투입구에 쓰레기를 투척했다. 투입구에서 나오는 냄새와 내가 버린 쓰레기의 냄새가 뒤섞여 참기 힘든 냄새가 올라왔다. 강력한 냄새였다. 나는 정신없이 뚜껑을 닫고 다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때 문득 떠오르는 질문 하나.


*도대체 내가 쓰레기조차 버리러 나오기 힘든 이유가 뭘까?

배우자의 반복된 외도와 이혼을 겪은 후에 내게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감정은 패배감이었다. 그 패배감은 남들과 나를 비교하게 만들었다. 

다른 부부들을 보면서 '저 여자는 나보다 훨씬 이쁘고 똑똑해서 남편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있는 여자들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그들 부부의 속사정이야 어찌 되었든 참고 살 정도의 남편이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해 보였다. 그럴수록 나는 세상에서 제일 으뜸가는 바보라고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내 모든 행동들은  그야말로 위축. 그 자체였다. 남들이 내가 이혼했다는 걸 알게 하고 싶지 않았고  열등감으로 뭉친 내 마음을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결국 사람과 마주치는 게 싫어서 쓰레기를 못 버렸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은 원래 낮았던 자존감이  바닥에 누워버렸다는 사실이다.

  

*자존감이 낮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나에 해당되는 경우다) 

1. 나를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냐하면 나는 너무 모지리니까.

2. 다른 사람을 보면서 나와 비교한다. 열등감으로 커질 때도 있다. 

3. 쉽게 포기한다. 나는 안될 거야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4.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의식한다.

5. 모두가 나를 싫어할 거라고 생각한다.

6. 내 몸을 아끼고 사랑하지 않는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나는 이렇게 노력할 것이다. 

1. 나 자신을 잘 챙겨주고 싶다. 당뇨도 잘 챙기고 관리해야 한다. 

2. 가끔씩은 용기 내어 산책을 해야겠다. 정말 어렵지만.

3. 못 그리는 그림이어도 만족스럽지 못해도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야겠다. 

4. 무엇보다 이혼한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난 이혼을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므로.

5.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완벽하게 살려고도 하지 말며, 현재와 아이에게 충실해야 한다. 


이혼 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나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꼭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아도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든 생각은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전에 나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채워짐과 비워짐에 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