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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잠 May 20. 2023

3. 산다는 건 나를 보호하는 일.

이석현. 나보다 두세 살 아래였던 동네 남자아이가 있었다. 어느 날 놀이터에서 혼자 뭘 열심히 하길래 흘끗 쳐다보니 개구리를 죽이고 있었다. 뚜껑있는  그릇에 개구리가 가득 담겨있고 아이는 열심히 박카스 병으로 그 많은 개구리들을 찧어 죽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왜 불쌍한 개구리를 죽이고 있느냐 말도 할 수도  없었고 그저  공포감이 느껴져 얼른 집으로 들어왔다.


며칠뒤.  동네 골목 앞에서 석현이가 서있었다. 내가 그 앞을 지나가려는데 녀석은 내게 개구리를 던지는척하며 내가 움찔움찔 놀라는 걸보고 좋아했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내가 골목입구를 지나올 때마다 석현이는 돌을 던지기도 하고 때리는 시늉을 하며 위협을 가했다. 결국 울면서 엄마에게 말했더니 엄마는 얼른 밖으로 나가 구멍가게로 가서 초코파이 한 상자를 사 왔다.( 그 시절 초코파이 한 상자는 꽤 비쌌다.)

엄마는 그걸 석현이에게 주며  나를 괴롭히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석현이는 잠시 괴롭히는 걸 멈추는 듯하다가 초코파이가 또 먹고 싶어지면 다시 괴롭혔다.

엄마는 열심히 석현이에게 과자를 바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동안 계속 괴롭힘을 당했던 기억이 난다.




유민정. 동네에 사는 아이친구엄마다

그녀는 내 또래인데 말을 하다 보면 통하는 면도 많아 자주 이야기를 하는 이웃이다.

얼마 전 옛날이야기를 하다가 그녀에게도 나처럼 괴롭히는 녀석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민정은 나처럼 괴롭히는 남자애 때문에 울면서 집에 왔는데 아빠는 호통을 치고 왜 바보같이 가만있었냐며 오히려 크게 혼이 났다. 민정은 눈물을 뚝 멈추고 나를 괴롭히는 놈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 후에 또다시 남자아이가 위협하며 괴롭히자 민정은  신발주머니로 있는 힘을 다해 녀석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그 후로 그 남자아이는 민정을 절대로 괴롭히지 않았다고 한다.


당연하게도 모든 인간관계를 비롯한 삶의 문제가  답이 수학처럼 하나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나 나는 나를 보호하는 일을 잘하고 있었나 생각하게 되었다.


자기 보호는 본능이겠지만( 생명으로 태어나서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일은 낙태하려는 아이가 본능적으로 낙태기구로 부터 도망을 가는 것처럼 말이다.) 나를 보호하고 위험한 것을 피하고  나를 긍정적으로 보아주고 나를 사랑해 주는 일이 어렵고 잘 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어떤 모임에서 괜찮은 사람을 알게 되었는데 그 괜찮은 사람은 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나에게 관심 없다는 말을 듣기 위해서 고백을 했다.

나는 상처를 입어야 좋아하는 감정을 지워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일이 있은 후에야 나도 내가 상처받지 않도록 나 자신을 좀 보호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살아간다는 것은 나랑 사이좋게 한평생 지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 자신을 보호하고 사랑하고

외롭고 힘들 때 스스로를 지키는 등대는 나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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