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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잠 May 23. 2023

키다리 아저씨 공포미스터리 편.

저번주 금요일 아침 두통이 몰려왔다. 종종 두통이  찾아오지만 그날은 오후 2시가 넘어도 가라앉질 않았다.

커피. 진한 커피가 한잔 먹고 싶어서 오후 늦게  커피와 파운드케이크를 배달주문했다.

집에 있는 커피머신이 고장 나 버려서 집에서는 진한 커피를 마실수가 없었다.


1층현관벨이 울렸고 커피를 두고 가는 소리를 듣고 문을 열었다. 배달라이더가 엘리베이터를 닫는 걸 보고 허리를 숙여 커피를 들었다.

그때였다. 오른쪽 방화문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누군가 있다!


커피와 파운드케이크를 주워 올리는 동안 머리가 내 오른쪽 앞으로 드러날 만큼의 흐린 그림자가 바닥에 생기는 걸 보았다.

오후가 늦어서 그런지 키다리아저씨를 연상하게 하는 긴 그림자였다.

활짝 열려있는 방화문이라 키다리아저씨를 보려면 내가 한발 더 나아가야 했는데 왠지 모를 무서운 생각이 떠올라

커피와 파운드케이크를 집어든 손에 힘을 주고 문을 닫으려 했다.


그때였다. 키다리 아저씨 그림자가 쑤욱하고 내쪽으로 길어지는 게 보였다.

키다리는 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문을 닫았다. 도어록이 철컥 소리를 내며 잠겼고 심장이 요동쳤다.

씨씨티비도 없는 탑층 우리 집은 옆라인에서 옥상을 타고 올 수 있는 구조였다. 어디서 왔던지 간에 방화문뒤에서 움직이지 않다가 내가 커피를 집어 올리자 다가오는 것이

순간 무서웠다.

여자 혼자서 어린아이를 키우며 산다는 것은 겁이 많아지는 일인 것 같다.

그림자에도 심장이 뛰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와중에 떠오르는 것들을 써보자.

경비아저씨가 거기서 볼일을 보고 있었다면?

키다리아저씨의 정체가 짜리 몽땅한 대머리 아저씨라면?(어쨌든 무섭겠지만)

키다리 아줌마였다면?

소방점검 나온 소방서사람이었다면?

어린아이였다면?

탑층이라 안심하고 키스를 즐기던 남녀였다면?

암튼 어쨌든 무슨 이유에서 거기 있었는지 모르나 다음부터 조심하길. 키다리 아저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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