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잠 Jun 03. 2023

두 엄마

성격이 쾌활하고 노래를 참 구성지게 잘하는 숙이언니. 얼굴도 이쁘지만 무엇보다 육감적인 몸매가 그만이다. 숙이언니가 눈치가 빠르고 말을 싹싹하게 하니 시어머니도 숙이언니를 이뻐라 한다며 숙이 언니 남편 유 부장님은 오늘도 눈에서 하트가 떨어진다.  

사실 숙이언니는 유 부장님의 두 번째 부인이다. 유 부장님은 이혼을 했고 숙이언니를 만나 재혼했다. 유 부장님의 아이를 임신한 숙이언니는 재혼하기도 전에 유 부장님 집안의 장손을 낳았고  이미 그 순간부터 시댁의 열렬한 사랑을 받으며 결혼을 했다  


그날도 술판이 벌어졌다. 


나는 술을 못 먹어 그날도 구경꾼이었다. 마치 술래잡기의 술래가 돼버린듯한 기분으로 나는 사람들이 취해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살짝 이성의 줄을 놓아버린 모습을 사람들은 점점 자기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살점이 그대로 드러날 것만 같은 붉은 민낯으로 점점 목소리가 커졌다. 난 쩌렁쩌렁한 그 목소리가 마치 하얀 이빨을 드러낸 흑랑처럼 무섭기도 했다가 우끼끼거리는 일본원숭이가 생각나서 웃기기도 했다가 하며 자리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갔다. 


그때 에탄올냄새를 풍기며 유 부장이 갑자기 내게 다가와 물었다. 

" 현승이가 나랑 하나도 안 닮았죠?"


현승이는 유 부장님 아들이름이다. 

생각해 보니 유 부장님과 참 안 닮았다. 유 부장님은 늙은 타조같이 생겼는데 현승이는 전혀 조류같이 생긴 얼굴이 아니었다. 듬직한 귀공자를 떠올리게 하는 현승이를 떠올리다가 나는 문득 유 부장님이 이 질문을 하는 이유를 생각했다. 그때까지 아이가 없었던 난 질문의 의도는 알 수 없었지만 내가 부모라면 내 아이가 나랑 하나도 안 닮았다는 이야기는 슬플 것 같았다. 


"아뇨. 어딘가 이미지가 닮았어요"


나는 거짓말을 했다. 부장님은 조류타입인데 현승이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팩트로 상처를 입힐 순 없었다.

그에 대한 나의 일말의 배려라고나 할까.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났고 나는 시험관 시술에 어렵게 성공했다 

임신을 했고 잠을 많이 잤다. 임신 20주에 지금은 전남편이 된 아이아빠의 외도를 알게 되었고 더욱 잠을 많이 자게 되었다. 출산할 때까지 덮어두기로 하고 아이와 잠을 많이 잤다.


아이를 낳을 무렵 유 부장님의 이혼소식을 들었다. 

이혼하기까지 유 부장님은 현승이가 자신을  닮았는지 안 닮았는지 미친 사람처럼 묻고 다녔다고 했다 

유전자 검사를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결과는 모르겠고 이혼을 했다는 소식만 소문으로 듣게 되었다. 


정말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가진 숙이언니가 유 부장님 아이라고 속이고 결혼한 것일까? 



아이를 위한 어른들의 결정에 대하여 짧은 생각이 나를 스쳐갔다. 

그 어떤 결정도 부모가 주는 상처를 아이는 피해 갈 수 없겠지만 나는 평생 아이를 사랑하고 책임질 것이다.

그리고 다짐한다. 상처에 대한 죗값을 갚되 울면서 갚는 부모가 아닌 웃으면서 갚는 엄마가 되리라고. 


이미지 pixabay


 

작가의 이전글 키다리 아저씨 공포미스터리 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