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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잠 Oct 17. 2023

귀신일까?#1

#1. 감추고 사는 사람들


끄악!

비명이었다.

남편(지금의 전남편)은 볼일을 보다 말고 

엉거주춤 뛰어나와 거실 바닥에 

나동그라진다.블록을 쌓던 

5살 아이가 놀라 아빠를 끔뻑끔뻑 바라본다.



“ 무슨 일이야? ”

부엌에서 일을 하다 말고 뛰어와 

난 물었다.

“ 화장실에 귀신이 있어.

 내 목을 누가. 후. 불고 갔다고”

그때 된장찌개가 끓어 넘쳐 난 할 말을 하지 못했다.



“으이그. 밥이나 먹어”

“으이그. 밥이나 먹어”

5살 영찬이가 내 말을 따라 한다.



귀신. 재밌는 일이다.

내가 꼬마였을 때에도 사람들이 

귀신이 있네 마네 떠들어대도 

난 관심이 1도 없었다. 그래서였겠지만

이 집으로 이사를 오기 전까진 

내가 귀신 때문에 스트레스를 

겪게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사를 오고 6개월쯤이나 지났을까.

의식하지 못했던 일들이  불편으로 다가왔다.

티브이가 제멋대로 켜지기 시작했다.

아침 8시도 좋고 오후 5시도 좋고 

새벽 1시나 3시. 대중없었다.

새벽에 티브이가 켜지고 지지직하는

화면 때문에 주위가 밝아지며 

큰소리로 치이이이 하고 소음이 났다.

아이가 깜짝 놀라 자지러지게 운다.

결국 티브이 코드를 빼버리는 일로 

마무리되었다.




센서등이 고장이 났는지 

새벽에 혼자 켜질 때가 종종 있었다.

그 시간은 1시 30분쯤이라

늦게 잠을 자는 내게 가끔 목격되었다. 

왠지 섬뜩한 기분이 들어

센서등의 센서 부분에 테이프를 붙여두었다.

그렇게 문제없이 그 일도  지나갔다.



남편은 화장실에서 옷도 못 추스르고

뛰어나온 다음날 아침.

생각해 보니 웃겼던 걸까? 

자신이 원래 과학적인 것만 

믿는 사람이라 귀신이야기는 

농담이었다고 한다.

낯부끄러웠겠지 

5살 아이도 있는데. 이해한다. 이해해.

나의 미스터리 한 1년의 궤적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생각해 보니 나도 그렇고 남편도 그렇고 

느끼면 느끼는 대로 보이면

보이는 대로 말하지 못하고 산다.

이렇게 말하면 날 이상하게 보겠지?

 이렇게 말하면 없어 보이겠지?

 똑똑해 보이지 않겠지? 하고 말이다.

남편은 자기가 귀신을 보았다고

혼비백산해서 화장실을 뛰쳐나와 놓고

그런 자기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어쩌랴. 우린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고

행동을 지워버릴 수도 없으니

 오히려 감추는 모습이 더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나 역시 그런 모습을

보이며 살고 있다,

귀신은 무섭지 않은데 

잘 모르는 사람에게 

나의 치부가 드러나는 일은 

싫음을 떠나 공포다.

솔직하면 할수록 내가 더 깎아내려가는

기분이 싫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말이야 맞는 말이지 

상처를 받지 않으려면 솔직해선 안 되는 게 맞다.


암튼 센서등 이후엔 디지털피아노가

혼자서 도….. 도….. 하고 울린다던지

하는 일이 나 역시 이상하다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도 나도 서로의 생각을 농담으로

 치부해 버리고 살길 원했다. 

아이들이나 하고 노는 불장난처럼 

느껴지는 <귀신>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2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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