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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잠 Oct 17. 2023

귀신일까? #2

#2. 믿고 싶은 것만 믿자

1화 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새벽 두 시였다.

당뇨 때문인지 갈증이

심했다.

침실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가는 중간에

문이 활짝 열린 화장실 안은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안에서 무언가 쑤욱하고

밀려 나오는 것을 보았을 때

머리털이 쭈뼛하고 서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모자를 쓴 키 큰 사내가 내 앞에

서있는 것을

몇 초 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뭐지?


중절모를 쓴 남자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것은

까맣다 하는 것과 현무암처럼 

구멍이 있는 질감이었다.

키가 큰 남자는 화장실바로옆에

붙어있는 피아노방으로

들어간 뒤 사라졌다.


다음날 아침 나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어린이집으로 등원시켰다.

쉬어야겠다  헛것이 보인다.

다크서클이 충만한 얼굴로 나는 다짐했다.

요즘 들어 다크서클이 심해서

지금 당장 귀신을 만난다 해도 

귀신 또한 적잖이 놀랄 것 같은

나의 비주얼을 떠올린다면 

한 시간이라도 푹 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어린이집은 동네에서 보육

잘하기로 소문난 어린이집이므로

안심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와 나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귀신? 저승사자?

저승사자를 보내줄 거면 이왕 보내는 거

이동욱으로 보내주시지. 하하.

하기사 검은 것. 그게 무엇이었든 간에

내가 이동욱이라고 믿으면 이동욱이요.

수호천사라고 믿으면 또 그리 생각될 터

나는 믿고 싶은 걸 믿으면 되는 것이다.


나도 그렇고 사람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싶어 한다.

예쁜 사람은 한없이 예쁘고

미운 사람은 미운털이 콕 박혀서

 뭘 해도 밉다.

굳이 예쁜 사람을 객관적으로 

보려 하지 않고

미운 사람을 덜 미워하려 애쓰지 않을 테다


난 편하게 살고 싶으니까.



나한테 제일 미운 사람은 남편이다.

바람둥이 남편을 만난 덕에 속이 

새까맣게 타버렸다.

그러고 보니

어제 만난 검은 사내는 어쩌면 

새까맣게 타버린 내 마음속에

숯검댕이 요정일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누구냐 넌.


바람둥이 남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도 해보았다.

내가 남편의 엄마라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불쌍하고

측은하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니 배신자가 불쌍해봤자지. 

유책배우자일 뿐 내가

해탈하지 않는 이상 더는  이해할 수 없었다.

믿고 싶은 것만 믿고 할 수 있는

만큼만 이해하고 살련다.

그게 내 방식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인터넷으로 <귀신>을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여태까지는 이해가 안 되고

 믿어지지도 않는 귀신이었지만

내가 뭔가를 본이상 그게 무언지

 궁금해졌기 때문이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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