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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잠 Oct 26. 2022

죽고 싶어...라는 문자가 왔다.

 

나는 늙은 애인과 고속도로를 달려 아야진 바다에 도착했다. 

펜션에 들어가 바다가 보이는 큰 창에 매달려 잔잔한 물결을 감상 중이었다.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를 보니 그간 대바늘에 찔린 것 같았던 마음의 고통이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늙은 애인은 바위 위에서 낚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나랑 동갑인 늙은 애인의 정수리가 휑한 것까지 보였다. 그러고 보니 요즘 너는 대머리가 될 조짐이 보이고 난 흰머리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래도 괜찮다. 네가 대머리가 된들. 내가 백발이 된들 우리는 변함없이 열심히 살 거고 우리가 늙는 건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의미보다는 각자 완성되어가는 과정이 될 테니까. 나는 창가 옆에 놓인 침대 위에  바다를 보며 풀썩 누웠다.  그때 핸드폰에서 문자가 왔다.


죽고 싶어.... 큰언니였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는다. 

큰언니와는 20년이 넘도록 서로의 안부조차 모르고 살았다. 엄마 아빠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큰언니를 돌보고 사셨다. 하지만 올봄 두 분 다 돌아가시면서 혼자가 되어 버렸다. 그런 과정에서 오랜 시간만에 큰언니를 볼 수 있었다.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이번엔 받는다.


무슨 일 있어? 왜 죽고 싶어.


큰언니는 너무 우울해서 초콜릿을 먹고 있다고 했다. 결혼을 하고 싶다고 외롭다고 힘들다고 언니는 어딘가 의지할 곳을 찾고 있었다. 어디서 들은 것처럼 "죽고 싶어"라는 말은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라는 뜻이었다.

결혼이라... 나는 결혼 16년 만에 이혼을 했다. 솔직히 결혼이 외로움을 해소하는 방법이라는 확신은 없다.

결혼상대를 구하는 일도 어렵지만 결혼해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에게 맞춰가며 사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결국 큰언니는 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반복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외로움으로 몸부림치는 언니가 걱정이 되었다. 


날은 어둑해지고 식당 하나를 찾아 늙은 애인과 생선 조림을 먹었다. 

늙은 애인은 밤에도 낚시를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날이 어두워지니 너무 어두워서 바다와 바위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낚시하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도 낚시를 하겠다고 바위로 내려간다. 와 대단한 집념이다.

다음날. 아침에 들어보니 낚시하다가 바위 위에서 누워서 잠들었다고 한다. 

죽고 싶다는 큰언니 걱정할 동안 네가 죽을뻔했구나 어떻게 바위 위에서 잘 수가 있는지 오싹하다. 그런데도 낚시 많이 해서 좋다고 하니 이 늙은 애인은 입 돌아갈뻔한 상황마저도 좋은 모양이다. 인생 즐길 줄 아는 네가 뭐? 그래~ 챔피언! 그렇다 나는 인생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하고 싶었다. 


바람이 있다면 큰언니가 좋아하는 뭔가를 찾았으면 좋겠다. 그게 결혼할 사람이든 운동이나 취미생활이든에 죽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언니를 일으켜 세워줄  뭔가를 찾았으면 하고 기도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늙은 애인이 위험한 일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얼마 전엔 자전거 타다가 다리가 부러지더니

이번엔 낚시 펴놓고 바위 위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다니 등짝 스매싱이 필요하다.


인생 뭐 있나. 즐기자. 하지만 목숨은 지키며 즐기자. 그렇게 인생 즐길 줄 아는 네가 뭐? 

바로 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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