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도시에는 30m 간격, 인구가 적은 외곽지역에는 300~500m 간격으로 1억7500만대 넘는 CCTV(폐쇄회로TV)가 설치돼 있다.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24시간 감시하는 스카이넷, ‘매의 눈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특히 사회신뢰시스템 데이터베이스와 연동해 사람, 자전거, 자동차 등이 CCTV나 카메라 앞을 지나가면 식별정보 파악이 가능하다. 경찰은 상황실과 구글 글래스 같은 카메라를 활용해 범죄자 등을 식별할 수 있다. ‘코로나19’(COVID-19)와 함께 경찰용 스마트헬멧도 등장했다. 반경 5m 주변 사람들의 체온을 자동감지하고 안면인식 기능을 통해 개인의 신상정보까지 헬멧을 착용한 경찰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중국 정부는 중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불신을 종식하고 신뢰사회, 안전사회로의 변화를 목표로 사회신뢰시스템을 추진하는데 빅브러더가 돼가는 중국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는 매우 크다. 하지만 중국 국민들은 다른 듯하다. 2018년 베를린자유대학 제니아 코스카 교수가 중국인 2209명을 대상으로 사회신용시스템에 대한 인식도 조사결과가 흥미롭다. 설문 참여자 76.0%가 ‘불신’이 중국 사회의 큰 문제라고 답했다. 사회신용시스템 운용에도 설문 참여자의 48.9%가 ‘매우 찬성’, 31.1%가 ‘어느 정도 찬성’한다고 답해 찬성비율이 무려 80%에 달했다. 정부에 감시당하는 불편과 불안보다 안전의 편익이 높다고 판단한 듯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은 세계 최고 안면인식기술과 사회신용시스템의 결합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과연 중국인들에겐 중국이 우리가 생각하는 디지털 감옥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다. 미처 알지 못했던 팬데믹이란 단어를 수없이 듣는다. 팬데믹은 이제 일상용어가 됐다. 팬데믹 상황에서 오프라인 일상생활은 마치 오래전 과거가 된 듯하다. 화상회의, 협업시스템, 인터넷 강의, 일상화한 소셜커머스 이용과 배송, 일시 허용된 원격진료 등 과거 삶의 방식의 일부였던 것들이 새로운 규칙으로 자리잡았다. 타인과 접촉에서 오는 감염 우려를 줄이기 위해 물리적 거리를 확보하려는 언택트 기술과 서비스들이다. 공장과 서비스 등의 자동화와 원격조작 도입 속도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뉴노멀을 넘어 마치 세대를 뛰어넘는 넥스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대상이 된 듯하다.
물리적 거리는 어쩌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접촉하지 않기 위한 임계거리일지도 모른다.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돼도 물리적 거리두기와 새롭게 형성된 규칙들을 쉽게 코로나19 이전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 같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저서 ‘위험사회’에서 현대의 근대성 중심에는 인류가 감당하지 못할 위험이 존재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통해 새로운 근대성으로 나아갈 필요성이 있으며 위험에 대한 체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를 전염병의 시대로 규정했다.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이 마지막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중국 오웰리언 사회처럼 통제할 수도 없다. 적절한 사회적 통제와 함께 새로운 규칙을 소외계층 없이 받아들이고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과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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