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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두원 Nov 24. 2020

넷플리피케이션, 모빌리티 산업의 넥스트 노멀

(이미지 - 셔틀스톡)


코비드-19로 성장하는 자동차 구독모델 


아우디의 셀렉트(Select), BMW의 액세스(Access), 캐딜락의 북(Book), 볼보의 케어(Care), 재규어 랜드로버의 피보탈(Pivotal), 메르세데스 벤츠의 컬렉션(Collection), 포르쉐의 포르쉐 드라이브(Porsche Drive) 등은 그 동안 언급되던 대표적 모빌리티 구독서비스다. 이들은 대부분 프리미엄카를 서비스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제한된 지역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며 확장속도가 매우 더딘 것이 특징이다. 현재 BMW는 미국 내쉬빌, 캐딜락은 뉴욕시, 메르세데스 벤츠는 애틀랜타, 내쉬빌, 필라델피아, 재규어 랜드로버도 영국에서만 제한적으로 서비스한다. 볼보는 서비스 초기 모든 판매 모델들을 대상으로 했으나, 현재는 XC40 차종만 남았다.  


하지만 코비드-19 확산은 이러한 자동차 구독모델 서비스를 일반차량으로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인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마루티 스즈키(Maruti Suzuki)는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인 오릭스(ORIX) 함께 신차를  대상으로 구독모델 파일럿 서비스를 시작했다. 닛산은 일본 전역에서 클릭모비(ClickMobi),  도요타는 2019년 일본에서 시작한 킨토원(Kinto One) 서비스를 올해 유럽으로 확대했다. 볼보는 2025년까지 구독서비스가 매출의 50%, 재규어랜드로버는 미국과 유럽에서 1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완성차 업체의 구독모델 확대 전략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2018년 현대차 구독모델 셀렉션(Selection)은 코비드-19를 기점으로 일일 신규 회원 수가 18배 증가했고, 1개월 단위로 차량을 구독하는 쏘카플랜의 코비드-19 확산이 본격화 된 올해 2~3월 평균계약 건수는 작년 12월~올해 1월 대비 91% 증가하는 등 국내에서도 구독모델은 새로운 자동차 선택 모드로 확산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완성차 메이커는 코비드-19 여파로 판매가 감소하면서 구독모델을 새로운 자동차를 판매 촉진 수단 가운데 하나로 판단하고 있다. 코비드-19 확산 전 우버, 그랩 등 완성차 메이커들은 승차공유와 카셰어링 서비스 확대로 판매 감소를 경험했다. 탈출구는 승차공유와 카셰어링 업체에 투자 후 자사 브랜드를 투입했던 전략으로 구독모델 확산은 당시 전략의 수정 버전이기도 하다. 번거로운 구매 프로세스 대신 심플한 앱 혹은 웹기반 온라인 구독 프로세스를 제공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고, 구매보다 저렴한 구독비용, 차량 관리를 위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공유경제 활용에 익숙하고 차량 소유를 기피했던 밀레니얼 세대가 경제적 여건 악화로 신차 구매를 부담스러워하고, 코비드-19 감염 우려로 대중교통 사용을 꺼리면서 이미 익숙한 구독경제 대상의 확대로도 해석할 수 있다. 


(출처) Counterpoint 

[ 자동차 구독모델을 이끄는 동인들 ]


물론 완성차 메이커들만의 리그는 아니다. 페어(Fair), 클루노(Cluno), 플렉스클럽(FlexClub), 인비고(Invygo), 비피(Bipi), 이브이지(EVezy), 드로버(Drover), 엘엠피 서브스크립션즈(LMP Subscriptions) 등은 올해 컨설팅업체 트랙슨(Tracxn)이 지목한 자동차 구독 유망 스타트업들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의 1회성 사용은 승차공유, 시간 혹은 일단위 임대는 카셰어링, 월단위는 구독모델, 6개월 혹은 1년 단위 임대는 장기렌탈로 구분한다. 하지만 구독모델이 확대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경계도 붕괴되고 있다. 지난 5월 코비드-19 여파로 파산보호 신청을 해 충격을 던졌던 100년 넘는 역사의 미국 2위 렌터카 업체 허츠(Hertz)도 작년 텍사스주 오스틴,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시작한 구독모델 서비스 마이카(My Car)를 미국 전역으로 확대했다. 구독비용 599달러로 이코노미, 컴팩트, 중형 세단을 사용할 수 있는 티어1(Tier 1), 월 999달러로 대형세단, 소형 SUV와 트럭을 사용할 수 있는 티어2(Tier 2), 월 1,399 달러로 고급 세단, 일반 SUV, 대형 트럭을 사용할 수 있는  티어3(Tier 3) 세가지 등급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독비용에는 자동차 유지보수, 책임보험, 긴급출동서비스가 포함되어 있고, 선택한 구독 모델 등급 내에서 매월 차종을 2회 교체 할 수 있다. 구독모델이 허츠를 생존위기에서 구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완성차 메이커, 스타트업, 카셰어링, 렌터카 업체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소비자들의 관심도 과거보다 높아지면서 자동차 구독모델은 장기적으로 소유와 공유 사이에 존재하는 다크호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허츠 웹사이트 

[허츠의 마이카 구독 모델 지원 내역 ]



본격적으로 시작된 전기차 구독경제 레이스 


최근 넥스트 테슬라, 혹은 샤오펑, 리오토와 함께 중국 전기차 3인방으로 불리는 니오(NIO)가  배터리 스왑 방식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 주요 고속도로와 도시에 158개 스왑 스테이션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으며 120만 회 스왑을 성공적으로 실시했다. 스왑 시간은 약 6분이 걸린다. 완속 충전은 물론 급속충전 보다 더 짧은 시간이다. 테크노드(technode)가 인터뷰 한 상하이  스왑 스테이션 사용자들은 피크타임인 저녁엔 20분 정도의 대기시간이 있음에도 충전보다 만족스럽다는 답변을 남겼다. 


주력 모델인 SUV ES6 구매시 100kWh 배터리는 월 224 달러, 70kWh 배터리는 월 148달러에 구독할 수도 있다. 이러한 BaaS(Battery as a Service) 서비스를 활용하면 배터리 가격 19,365달러를 제외한 비용으로 자동차 구매가 가능하다. 기존 충전방식과는 달리 단거리 이동이 많은 운전자는 70kWh, 장거리 운전자는 100kWh를 선택적으로 구독할 수 있어 이동 패턴에 따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모든 스테이션에서 스왑서비스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반응도 충전방식과 비교해 긍정적이다. 


(출처) Tom Moloughney Youtube Channel   

[ 니오 ES6 배터리 스왑 영상 ]  


니오의 배터리 스왑 방식 도입은 중국의 주거환경과 환경오염에 기인한다. 중국 주요 도시에는 개인용 주차공간과 충전시설이 부족하고, 일부 오래되고 복잡한 주거지역에서는 주차공간과 전력부족 문제로 가정용 충전기 설치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니오보다 먼저 배터리 스왑방식을 도입한 기업은 북경자동차그룹(BAIC)이다. 중국은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위해 기존 택시 50,000대를 전기택시로 교체하기 시작했고, 북경자동차그룹은 원활한 전기택시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2016년부터 택시용 배터리 스왑 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8월에는 중국 최초로 니오와 북경자동차그룹이 주도하는 배터리교체표준은 국가자동차표준기술위원회(National Technical Committee of Auto Standardization) 리뷰를 통과했다. 전체 자동차, 배터리 스왑시스템, 배터리 팩, 스왑 메커니즘, 스왑 인터페이스 등이 표준화 대상이며, 배터리 스왑 프로세스와 잠재적 고장 모드 분석, 배터리 스왑 모델 차량에 대한 일반 안전 요구사항, 차량 안전 요구 사항과 함께  시험 방법을 제안할 예정이다. 담당 부처인 중국산업정보기술부는 배터리 스왑 인프라 구축을 장려하고 있으며, 배터리 스왑 시스템의 장점을 소비자의 자동차 구매 비용 감소, 충전보다 짧은 스왑 시간으로 소비자 편의성 향상, 배터리 운영사의 배터리 중앙 모니터링, 유지관리를 통한 배터리 수명 연장과 안전 향상, 충전 비용 및 에너지 절감, 새로운 산업 창출 등을 장점으로 언급했다. 


세계 1위 자동차 업체로 2022년 27개 차종 라인업을 준비 중인 폭스바겐은 ‘We’라는 자체 에코시스템의 일환으로 충전 구독모델 WeCharge를 신차 ID.3 출시에 맞춰 구축했다. 유럽 15만개 공공충전소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고속충전이 가능한 아이오니티(IONITY)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기본요금이 없는 We Charge Free는 공공충전소를 가끔 사용하는 운전자에게 적합한 모델로 하나의 충전카드로 개별 충전 비용 지급을 할 수 있다. We Charge Go는 폭스바겐의 ID.3는 무료, 다른 모델 차량은 월 7.49 유로, We Charge Plus는 ID.3는 월 9.99 유로, 다른 모델 차량은 17.49 유로를 지불하면 된다.   

(출처) 폭스바겐 웹사이트

[ WeCharge 요금 구성 ]


테슬라도 빼 놓을 수는 없다. 셀룰러 데이터를 통해 10달러, 국내에서는 월 7900원 구독료로 내비, 실시간 교통정보, 이성지도, 비디오와 음악 스트리밍, 인터넷 브라우저 서비스를 제공받는 프리미엄 커넥티비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3세대 오토파일럿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 기능도 구독서비스 형태로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독보다 구매가 더 합리적이라고 언급했고 전기자동차 전문사이트 일렉트릭(electrik)은 월 구독료가 100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언급 당시 7000달러였던 완전자율주행기능이 현재 10,000달러로 인상된 것을 감안하면 서비스 출시 후 구독비용은 100달러 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지 : 차두원) 

[ 테슬라 생산품, MaaS와 구독모델 생태계 ] 



새로운 카테고리로 자리잡은 자동차 구독경제 


현재까지 구독경제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기존의 소유(Ownership)에서 일회성 소비인 공유경제(Sharing), 소유와 공유의 중간 모델인 임시소유 혹은 멤버십(Temperory Ownership or Membership) 소비형태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의 확산은 코비드-19 확산에 따라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구독경제를 경험한 세대를 중심으로 소비 패턴이 전환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일회성 소비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과도한 시장경쟁이 문제가 되어 왔던 공유경제 서비스와 달리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고정 고객 확보가 용이해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 확보에 유리하다. 기존 공유경제가 공급자와 소비자의 중개구조로 수수료가 발생했다면, 많은 구독경제 모델들은 공급자와 소비자가 직거래하는 구조로 수수료가 필요 없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 공급과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승차공유와 같이 기존 기득권과 충돌 가능성이 없다는 점도 수월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동차 용도에 따라 다양한 모델로 교체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공유 및 소유와 차별화된 경험이다. 


구독경제의 확산은 전동킥보드 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보이(VOI), 뉴론 모빌리티(Neuron Mobility), 헬비즈(Helbiz)는 각각 영국 브링험, 호주 캔버라, 이태리 로마에서 월단위 구독 모델을 출시했다. 보이의 예를 들면 월 구독 요금 40유로로 매일 최대 30분 이용이 가능하다. 코비드-19 확산으로 대중교통 분산수단으로 퍼스널 모빌리티의 대표 디바이스인 전동킥보드 서비스를 새롭게 허용하거나 확산되고 있는 유럽 주요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국내에서는 올해 1월 16일 (주)피유엠피가 9만 9000원에 판매한 연간구독권 ‘씽씽 프리패스’는 출시한지 일주일만에 완판되었다. 1회 최대 20분, 1일 누적 최대 60분 이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코비드-19와 상관없이 모빌리티 구독서비스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 2019년 자동차 구독서비스 시장은 30억 달러를 넘었고, 2020년부터 2026년 연평균성장률(CAGR)이 40% 넘을 것으로 예측하는 등 앞으로 자동차 구독서비스는 MaaS(Mobility as a Service)의 한 축으로 성장할 잠재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출처)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 

[ 자동차 구독서비스 시장 예측 ]


SUBTA(구독판매협회)는 2019년 연차차보고서에서 구독경제 대상을 구독박스(Subscription Box), 멤버십(Membership), 생필품 정기배송 할인(Subscribe & Save), 스트리밍 구독(Streaming Subscription), 디지털 구독(Digital Subscription), SaaS(Software as a Service) 6개 카테고리로 구분했다. 비록 코비드-19가 확산시키고 있는 새로운 소비 패턴이라는 점이 아쉽지만, 이젠 자동차도 새로운 구독경제 카테고리로 포함시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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