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으로 기억된다. 모 지자체장의 과학기술분야 자문회의에 참석했다. 지자체장의 질문은 명확했다. 해당 지자체의 혁신성을 가시화할 수 있는 아이템 발굴과 실현을 모색할 방법론을 찾기 위한 회의였다. 필자가 고민하다 제안한 것은 “자율주행 셔틀을 수입해서 운행하라”는 아이디어였다. 때마침 구글 웨이모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역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로보택시’로 불리는 자율주행 자동차 운행 서비스인 ‘얼리라이더 프로그램’(Early Rider Program)을 시작해 관심을 받는 시점이기도 했다.
해당 아이디어 제안을 고민한 이유는 특정 지자체의 혁신성을 세금으로 구매해 외국산으로 보여준다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아쉽게도 당시에는 도로에서 상시 주행 가능한 국내산 자율주행 셔틀은 존재하지 않던 때라 운행방법은 외국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 기술수준이 뒤처진 반면 한국 기업과 연구기관들의 개발의지를 자극하고 언젠가 활용해야 할 기술이라면 사전에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긍정적인 측면도 고려했다.
지자체장은 담당 국장에게 바로 검토를 지시했고 얼마 후 해당 지역 언론에서 관련기사를 발견했다. 4차 산업혁명을 수입하는 게 말이 되느냐, 연구비를 지원할 생각은 하지 않고 수입부터 검토하느냐는 비판적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결국 어떤 이유에서인지 계획은 무산됐지만 기술 도입 과정의 폐쇄성에 대한 씁쓸함과 과학자들의 국산화에 대한 의지와 자부심에 안도감이 함께 들었다.
지난 11일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도심항공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UAM) 대표 디바이스로 일명 ‘드론택시’로 불리는 유인드론 실증행사를 개최했다. 최근 모빌리티와 산업계에서 가장 핫한 관심의 대상이다. 실증시스템은 중국 이항사의 2인용 드론 EH216 기종으로 한강 주변 50m 상공에서 시속 130㎞로 7분간 쌀포대를 싣고 비행했다. 아직 운행 가능한 국내산 시스템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 유인드론 관련 규정이 없어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컸다. 도심항공교통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기 위해 다른 지자체에서도 실증행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
하지만 실제로 외국 시스템이 국내에서 최초로 시연되는 모습을 보니 자율주행 셔틀을 모 지자체장에게 제안했을 때와는 또 다른 씁쓸함과 안도감이 들었다. 과거 과학기술계와 같이 혁신의 수입에 대한 거부감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일까. 국민들과 언론 역시 외국산, 중국산에 대한 거부감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혁신에 대한 개방성과 기술 수용성이 높아졌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이번 실증은 국내 드론택시 수용성 향상에 도움이 됐고 국내산 기술개발에도 자극을 준 기회라고 판단된다. 정부는 2025년 드론택시 상용화를 목표로 민관합동 대규모 실증사업인 K-UAM 그랜드 챌린지를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실시하고 2035년까지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한다고 한다. 성공한다면 분명히 이동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프로젝트다. 성공을 기원하며 머지않아 국내산 시스템을 탈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자율주행차와 유인드론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들이 어느 때보다 빨리 우리 삶으로 들어오고 있다. 때론 국내산으로, 때론 외국산으로 처음 등장해 수용성을 진단하고 기술개발과 상용화 단계로 진전할 것이다. 단 이른바 유행기술에 대한 투자, 잦은 성장동력 등 집중투자와 육성분야 변경, 비효율적인 산학연관 협력, 다부처 사업에서 볼 수 있는 부처간 장벽, 지자체들의 중앙정부 사업 수주를 위한 지나친 경쟁 등 국내 과학기술계의 고질적 문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차두원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