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 10시, KBS 2TV 프로그램 《토요명화》의 시작을 알기는 배경음악을 기억하나요? 타악기와 금관악기의 반주로 시작하는 “빰! 빠바바밤! 빠바바밤!” 그리고 뒤따라 현악기와 트럼펫이 ”빠라밤~~빠라리 라리리 빠라밤~”...., 이렇게 시작하는 토요명화 음악! 《토요명화》(1981-2007)는 이제는 종영되지만, 그 당시 토요명화 시간을 기다리던 추억과 음악만큼은 오랜 기억 속에 뚜렷이 남아 있다. ♫
《토요명화》의 배경음악은 호아킨 로드리고(J. Rodrigo, 1901-1999)의 〈아랑훼즈 협주곡〉(Concierto de Aranjuez, 1939), 2악장 아다지오(Adagio)를 작곡가이자 밴드마스터이며 세계적인 트럼펫 연주자였던 베르너 뮬러(Werner Müller, 1920-1998)가 자신의 악단(Werner Müller & His Dance Orchestra)을 위해 새롭게 편곡한 3분짜리 곡이다. ♫
호아킨 로드리고, 1901-1999
〈아랑훼즈 협주곡〉을 작곡한 로드리고는 20세기에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활동한 스페인 출신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다. 3살에 디프테리아를 앓고 난 후 시각 장애인으로 평생을 살았다. 시각 장애를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음악가가 되기까지 그에게 두 명의 조력자가 있었다. 그 첫 인물은 로드리고의 어린 시절, 눈과 손이 되어준 비서 라파엘 이바네즈라였다. 로드리고를 위해 그의 아버지가 고용한 이바네르자라는 로드리고에게 스페인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 주고, 글을 대신 써 주는가 하며 악보 작업을 돕기도 했다. 또 한 명의 조력자는 터키 출신의 피아니스트 빅토리아 카미(V. Kamhi, 1905-1997), 그의 아내였다. 전체 3악장으로 작곡된 아랑훼즈 협주곡 중 2악장은 로드리고가 사랑한 아내 빅토리아를 위해 작곡한 것으로 유명하다. 2악장 아다지오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선율은 신혼의 행복했던 시절과 첫 아이의 유산으로 힘든 아내를 위로하기 충분해 보인다. 특히 기타와 악기들이 주고받는 연주 방식은 마치 로드리고와 그의 아내가 서로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아기자기한 음악적 짜임새와는 다르게 음악 전체는 장대하게 우아하다. ♫
〈아랑훼즈 협주곡〉은 1936년 7월에 발발한 스페인 내전을 피해 프랑스에 머물렀던 그해에 착수해서 내전이 종식된 1939년 고국 스페인에서 완성했다. 기타 협주곡인 아랑훼즈(Aranjuez)의 1악장 알레그로 콘 스피리토(Allegro con spirito)와 3악장 알레그로 젠틀리(Allegro gentile)는 스페인 남부의 17세기 중반에 필리포 2세(1556~1598)가 건축된 아랑훼즈 궁정(Palacio Real de Aranjues)의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 이 곡은 당시 최고의 기타리스트 레지노 생츠 드 라 마차(Regino Sainz de la Maza, 1896-1981)에게 헌정했고, 1940년 바르셀로나에서 그의 초연으로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아랑훼즈 협주곡〉의 성공은 로드리고에게 스페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곡가의 반열에 오르는 초석이 되었다. 이 곡은 재즈와 라틴음악과 같은 다양한 장르에서 수많은 버전으로 연주되고 있다.
2악장 아다지오 선율에 가사를 붙여 <사랑의 아랑훼즈>(En Aranjuez, Con Tu Amor)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