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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 Mar 28. 2022

사랑의 아다지오

호아킨 로드리고. 아랑훼즈 협주곡

토요일 밤 10시, KBS 2TV 프로그램 《토요명화》의 시작을 알기는 배경음악을 기억하나요? 타악기와 금관악기의 반주로 시작하는 “빰! 빠바바밤! 빠바바밤!” 그리고 뒤따라 현악기와 트럼펫이 ”빠라밤~~빠라리 라리리 빠라밤~”...., 이렇게 시작하는 토요명화 음악! 《토요명화》(1981-2007)는 이제는 종영되지만, 그 당시 토요명화 시간을 기다리던 추억과 음악만큼은 오랜 기억 속에 뚜렷이 남아 있다.


《토요명화》의 배경음악은 호아킨 로드리고(J. Rodrigo, 1901-1999)의 〈아랑훼즈 협주곡〉(Concierto de Aranjuez, 1939), 2악장 아다지오(Adagio)를 작곡가이자 밴드마스터이며 세계적인 트럼펫 연주자였던 베르너 뮬러(Werner Müller, 1920-1998)가 자신의 악단(Werner Müller & His Dance Orchestra)을 위해 새롭게 편곡한 3분짜리 곡이다.


호아킨 로드리고, 1901-1999


〈아랑훼즈 협주곡〉을 작곡한 로드리고는 20세기에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활동한 스페인 출신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다. 3살에 디프테리아를 앓고 난 후 시각 장애인으로 평생을 살았다. 시각 장애를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음악가가 되기까지 그에게 두 명의 조력자가 있었다. 그 첫 인물은 로드리고의 어린 시절, 눈과 손이 되어준 비서 라파엘 이바네즈라였다. 로드리고를 위해 그의 아버지가 고용한 이바네르자라는 로드리고에게 스페인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 주고, 글을 대신 써 주는가 하며 악보 작업을 돕기도 했다. 또 한 명의 조력자는 터키 출신의 피아니스트 빅토리아 카미(V. Kamhi, 1905-1997), 그의 아내였다. 전체 3악장으로 작곡된 아랑훼즈 협주곡 중 2악장은 로드리고가 사랑한 아내 빅토리아를 위해 작곡한 것으로 유명하다. 2악장 아다지오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선율은 신혼의 행복했던 시절과 첫 아이의 유산으로 힘든 아내를 위로하기 충분해 보인다. 특히 기타와 악기들이 주고받는 연주 방식은 마치 로드리고와 그의 아내가 서로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아기자기한 음악적 짜임새와는 다르게 음악 전체는 장대하게 우아하다.


〈아랑훼즈 협주곡〉은 1936년 7월에 발발한 스페인 내전을 피해 프랑스에 머물렀던 그해에 착수해서 내전이 종식된 1939년 고국 스페인에서 완성했다. 기타 협주곡인 아랑훼즈(Aranjuez)의 1악장 알레그로 콘 스피리토(Allegro con spirito)와 3악장 알레그로 젠틀리(Allegro gentile)는 스페인 남부의 17세기 중반에 필리포 2세(1556~1598)가 건축된 아랑훼즈 궁정(Palacio Real de Aranjues)의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 이 곡은 당시 최고의 기타리스트 레지노 생츠 드 라 마차(Regino Sainz de la Maza, 1896-1981)에게 헌정했고, 1940년 바르셀로나에서 그의 초연으로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아랑훼즈 협주곡〉의 성공은 로드리고에게 스페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곡가의 반열에 오르는 초석이 되었다. 이 곡은 재즈와 라틴음악과 같은 다양한 장르에서 수많은 버전으로 연주되고 있다.


2악장 아다지오 선율에 가사를 붙여 <사랑의 아랑훼즈>(En Aranjuez, Con Tu Amor) 버전.  


Aranjuez,

Un lugar de ensuenos y de amor

Donde u rumor de fuentes de cristal

En el jardin parece hablar

En voz baja a las rosas


아랑훼즈,

사랑과 꿈의 장소

정원에서 놀고 있는 크리스탈 분수가

장미에게 작은 소리로 속삭이는 곳


Aranjuez,

Hoy las hojas secas sin color

Que barre el viento

Son recuerdos del romance

Que una vez

Juntos empezamos tu y yo

Y sin razon olvidamos

Quiza ese amor escondido este

En un atardecer

En la brisa o en la flor

Esperando tu regreso


아랑훼즈,

바싹 마르고 색 바랜 잎사귀들이

이제 바람에 휩쓸려 나가고

그대와 내가 한때 시작한 로망스는

아무 이유 없이 기억 속으로 잊혔네

아마도 그 사랑은 여명의 그늘에서

산들바람에 혹은 꽃 속에서

그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숨어 있었나 보다


Aranjuez,

Hoy las hojas secas sin color

Que barre el viento

Son recuerdos del romace

Que una vez

Juntos empezamos tu y yo

Y sin razon olvidamos

En Aranjuez, amor

Tu y yo


아랑훼즈,

바싹 마르고 색 바랜 잎사귀들이

이제 바람에 휩쓸려 나가고

그대와 내가 한때 시작한 로망스는

아무 이유 없이 기억 속으로 잊혔네

아랑훼즈, 내 사랑

그대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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