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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 Mar 16. 2022

바람둥이를 조심하라!

프란츠 슈베르트.  리트, 송어

프란츠 슈베르트(F. P. Schubert, 1797-1828).

가곡 〈송어〉(Die Forelle D.550)


1 1. 맑은 시냇물에서, 너무 즐거운 나머지 서둘러 질주한다

In einem Bächlein helle, Da schoß in froher Eil'

명랑한 송어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Die launische Forelle Vorüber wie ein Pfeil.

2. 나는 물가에 서서 달콤한 휴식을 취하며

Ich stand an dem Gestade Und sah in süßer Ruh

그 즐거운 물고기의 목욕을 보고 있었다, 맑은 시냇가에서.

Des muntern Fischleins Bade Im klaren Bächlein zu.


시인 크리스티안 슈바르트(C. F. D. Schubart, 1739-1791)시, 「송어」(Die Forelle)에서 발췌한 일부의 시다. 시에서 맑은 시냇물에서 즐겁게 노는 송어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특히 “즐거운 물고기의 목욕”이라는 표현이 재미있다.


시인 크리스티안 슈바르트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F. P. Schubert, 1797-1828)가 1817년에 슈바르트의 시, 「송어」로 성악과 피아노를 위한 가곡(Lied, 리트), 〈송어〉(Die Forelle D.550)를 작곡했다. 한때 이 곡은 ‘송어’인지 ‘숭어’인지 제목에 관해 의견이 분분했던 적이 있었다. 다시 강조하자면 〈송어〉가 정답이다. 일제 강점기 때 잘못 사용된 <숭어>의 표기가 음악 교과서에 그대로 실리면서 〈숭어〉(Meeräsche)로 알려졌었다. 다행히도 2010년에 교육과학기술부에 명칭 오류 정정을 요구하여, 2011년 음악 교과서에 〈송어〉로 바르게 표기됐다. 음악 교과서에 원제목, 독일어 Die Forelle(디 포렐레)와 한글 표기를 같이 썼거나, 일반적으로 바닷물고기로 알려진 숭어가 노랫말 중 “시냇가”(einem Bächlein)에 살 수 있는지 의심을 했더라면 이런 웃지 못할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숭어>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송어(독. Forelle, 영. Trout)                                         숭어(독. Meeräsche, 영. Mullet)


다시 슈베르트의 가곡 송어로 돌아가 보자. 시의 내용은 이렇다. 시냇물에서 즐겁게 송어들이 놀고 있다. 때마침 송어들의 즐거운 목욕을 방해하는 낚시꾼이 등장한다. 오래 기다리다 지친 낚시꾼은 고의로 물을 흐려 송어를 낚은 데 성공한다. 화자는 이 모든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슈베르트는 지면에 갇혀 있던 송어에게 선율과 리듬으로 생명을 불어넣는다. 청자는 밝고 경쾌한 성악 선율과 꼬리를 빠르게 이리저리 흔들다 펄쩍 뛰는 송어의 몸놀림을 묘사한 듯한 피아노 반주를 통해 시냇가에 즐겁게 놀고 있는 송어의 모습을 생생하게 떠올린다.


2 3. 한 낚시꾼이 낚싯대를 가지고 물가에 서서,

Ein Fischer mit der Rute Wohl an dem Ufer stand,

 물고기가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냉정하게 쳐다보았네.

Und sah's mit kaltem Blute, Wie sich das Fischlein wand.

4. 나는 생각했네. 맑은 물이 흐려지지 않는 한,

So lang dem Wasser Helle, So dacht ich, nicht gebricht,

그는 송어를 낚을 수 없을 거라고.

So fängt er die Forelle Mit seiner Angel nicht.


기분 좋은 콧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1절과 2절의 분위기는 짧은 간주 다음에 이어지는 3절에서 바뀐다. 성악 선율은 무겁고 긴박하다. 피아노 반주에서 송어가 꼬리를 빠르게 움직이는 듯한 음형과 낚시에 걸린 송어의 몸부림치는 것과 같은 리듬이 가사를 대신하다. 또한, 흙탕물의 농도와 긴박한 분위기는 어둡고 촘촘한 밀도의 화성으로 표현한다. 마지막 가사 “그리고 나는 황망하게 속임수에....”이 나올 때까지 이 분위기는 지속한다.  


3 5. 그 도둑에게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나 길었다.

Doch endlich ward dem Diebe Die Zeit zu lang.

그는 시냇물을 흙탕물을 일으켰다네.

Er macht Das Bächlein tückisch trübe

그리고 내가 어떤 생각을 하기도 전에 그가 낚싯대를 갑자기 잡아당겼네,

 Und eh ich es gedacht, So zuckte seine Rute,

6. 그 물고기는 그렇게 잡혀 올라왔고,

Das Fischlein zappelt dran,

나는 황망하게 속임수에 걸린 송어를 바라보았네.

Und ich mit regem Blute Sah die Betrogene an.




음악의 결말! 

낚시꾼의 속임수에 송어가 잡혀 슬프지만 여전히 음악은 흥겹다.

참 이상한 결말이다.

사실 슈바르트의 시의 전문을 알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7. Die ihr am goldenen Quelle Der sicheren Jugend weilt,

황금 같은 젊음의 샘에 당당히 머물고 있는 젊은이여,

Denkt doch an die Forelle, Seht ihr Gefahr, so eilt!

그러나 그 송어를 생각하라 그리고 그대가 만약 위험을 보았다면, 도망쳐라!


8. Meist fehlt ihr nur ein Mangel Der Klugheit, Mädchen, steht

대부분 이는 지혜가 모자람에서 나오는 것이니,

Verführer mit der Angel! Sonst blutet ihr zu spät!

처녀들이 낚시질하는 바람둥이를 잊지 못하는 것은!

그러니 조심하라 그렇지 않으면 너무 늦게 피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송어」의 마지막 두 연은 송어와 낚시꾼의 비유로 처녀들에게 바람둥이를 조심하라는 내용이다. 3절 가사 중에 낚시꾼을 “도둑”(dem Diebe)으로 표현했는지 알 것 같다. 우리는 이 곡을 들으면 시냇가에서 송어 낚시하는 광경만 떠올리겠지만 말이다. 아마도 그 당시 이 시가 어떤 의미로 쓰였지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슈베르트는 교훈적인 내용의 마지막 7~8연을 뺀 것으로 생각한다. 여하튼 슈베르트는 음악을 통해 시가 전달하는 의미를 청자의 몫으로 넘겼다.


2분 남짓한 짧은 슈베르트의 가곡 〈송어〉는 1819년에 피아노 5중주 가장조 4악장 안단티노(Piano Quintet in A major, 4. Andantino)에서 다시 차용된다. 이 4악장은 〈송어〉의 선율을 변주해서 악장 전체를 구성한다. 이번 기회에 가곡 〈송어〉와 기악곡 〈송어〉를 비교하며 듣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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