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브람스(J. Brahms, 1833-1893)는 1890년《현악 5중주 작품111》을 끝으로 절필을 선언했다. 그러나 우연히 마이닝엔 궁정 관현악단의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리하르트 뮐펠트(R. Mühlfeld, 1856-1907)의 연주를 들은 그는 다시 펜을 들게 된다. 머쓱하게도, 그가 작곡을 그만둔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브람스의 《클라리넷 3중주》(Clarinet Trio, Op.114, 1891), 《클라리넷 5중주》(Clarinet Quintet in B minor, 1891)와 《2개의 클라리넷 소나타》(Clarinet Sonatas Op.120, 1894)는 이렇게 탄생하게 되었다.
리하르트 뮐펠트, 1856-1907
《클라리넷 3중주 작품114》(Clarinet Trio, Op.114)는 A조 클라리넷(clarinet in A)과 첼로, 피아노를 위한 3중주곡으로, 악곡 전체는 네 개의 악장으로 작곡되었다.
1악장 빠르게(Allegro)는 슬픈 곡조로 침울한 분위기가 악장 전체를 채색한다. 악곡의 특성상 첫 소절을 클라리넷이 연주할 것 같지만, 첼로가 먼저다. 첼로는 전 악장에서 3중주의 균형을 잡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
2악장 느리게(Adagio)는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1악장이 클라리넷의 전체 음역을 고루 사용해서 작곡되었다면, 2악장은 특히 클라리넷의 높은 음역대의 아름다운 음색이 매력적이다. 또한, 클라리넷과 첼로 간의 대화하듯 노래하는 이중주 역시 아름답다.♫
3악장 조금 느리고 우아하게(Andantino grazioso)는 왈츠 리듬이 몸을 좌우로 흔들게 한다. 2악장은 그러니까 평온함 뒤에 찾아오는 작은 즐거움이랄까! ♫
4악장 빠르게(Allegro)는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마지막 악장의 특성이 나타난다. 그리고 짧은 선율의 단편들로 이어지는 악곡의 구성과 브람스의 작곡 양식의 두드러진 특징인 당김음(syncopation)이 악곡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