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음악사에서 천문학과 음악 간의 연관성에 대해 언급되곤 한다. 예를 들어 수적 비율로 구성된 행성들은 음악의 완전협화음처럼 조화로운 관계로 구성되어 있다는 피타고라스(B.C. 582~490))의 “천체 음악론”(music of the spheres), 8개의 각 행성은 궤도 위에서 세이렌이 한 음을 노래하면 하모니를 이룬다는 플라톤(B.C 428-348경)의 『티마이오스』, 각 행성이 그 운동 속도에 따라 각각 다른 음역의 음계를 노래한다고 주장한 케플러(1571-1630)의 『세계의 하모니』(1619), 한 줄 악기인 모노코드 위에 음정의 수적 비율로 우주의 행성을 설명한 플러드(1574-1637)의 『우주의 역사』(1617-21), 그 밖에도 키르허(1601-80)의 『우주의 음악』(1650) 등에서 우주를 설명하기 위해 음악의 원리를 적용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를 적용해 왔다.
우주여행의 시대
반면에 영국 출신의 20세기 작곡가 구스타브 홀스트(G. Holst. 1874-1934)의 관현악 모음곡 〈행성〉처럼 음악 작품을 통해 우주의 그 무엇을 표현하기도 한다. 홀스트의 〈행성〉은 전체 7악장, 1악장 ‘화성, 전쟁의 신’, 2악장 ‘금성, 평화의 신’, 3악장 ‘수성, 날개 달린 사신’, 4악장 ‘목성, 쾌락의 신’, 5악장 ‘토성, 노년의 신’, 6악장 ‘천왕성, 마법사’, 7악장 ‘해왕성, 신비의 신’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홀스트의 〈행성〉은 1913년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영국 작가 클리포드 백스(1886-1962)에게 천체의 이야기를 듣고 쓴 작품이다. 그러나 그가 들은 이야기는 천문학의 관점이 아닌 신비로운 점성술에 기초했다.
오늘 선곡한 4악장 ‘목성’, 즉 쾌락의 신 주피터(Jupiter, the Bringer of Jollity)는 1980년대 MBC 뉴스데스크 시그널 음악으로 잘 알려진 작품이다. 전체 7분가량 연주되는 4악장 ‘목성’은 활기차고 진취적인 기상이 느껴지는 첫 부분과 중간 부분의 서정적인 선율이 음악적으로 대비된다. 금관악기의 팡파르와 목관악기의 경쾌한 리듬 그리고 타악 연주는 쾌락의 의미보다는 신나고 즐거운 축제를 연상하게 한다.♫
이 서정적인 선율은 1921년에 세실 스프링 라이스 경의 시 “나의 조곡이여, 나 그대에게 맹세하노라”(I Vow to Thee, My Country, 1908)를 붙여 영국의 국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