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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 May 07. 2022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음악

르네상스 시대 음악 장르. 마드리갈

마드리갈(Madrigal)은 클래식 음악 중에서 널리 알려진 장르는 아니지만, 르네상스 시대(1450-1600)의 대표하는 성악 장르였다. 마드리갈은 1520년대에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출현했을 당시만 해도 이 장르가 무려 150여 년 동안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그 인기의 비결은 아마도 마드리갈의 음악적 특징과 시대적 상황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우선 마드리갈은 비록 진부한 사랑타령이 대부분이지만, 은유적 사랑의 표현이 아름답다. 예를 들어, 자크 아르카델트(J. Arcadelt, 1507-1568)희고 부드러운 백조(Il bianco e dolce cigno)의 가사는 여성을 백조로 의인화하고, 성적 희열의 순간을 죽음으로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Il bianco e dolce cigno                                     희고 부드러운 백조는

 cantando more, ed io                                      울면서 죽어가고, 그리고 나도,

 piangendo giung' al fin del viver mio.         흐느끼며, 생의 종말을 맞는구나.

 Stran' e diversa sorte,                                    알 수 없고 변화 많은 운명,

 ch'ei more sconsolato                                     그는 서글프게 죽어가고

 ed io moro beato.                                             나는 기꺼이 죽네,

 Morte che nel morire                                      죽음, 죽는다는 것이

 m'empie di gioia tutto e di desire.               나를 기쁨과 갈망으로 채워주고,

 Se nel morir, altro dolor non sento,             만약 죽어도 고통을 안 느낀다면

 di mille mort' il di sarei contento.                하루에 천 번이라도 죽으리.


아카펠라(A Cappella 무반주 합창)는 마드리갈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르네상스 시대의 성가곡이나 샹송 역시 아카펠라 연주가 일반적이었다. 덧붙이자면 프랑스 출신의 작곡가 클레망 자느캥(C. Janequin, 1485-1560)의 샹송 전쟁(La guerre)새들의 노래(Le chant des oisequx)는 기악 못지않게 전쟁과 새들이 노래하는 상황을 목소리로 생생하게 묘사한다.


마드리갈은 중세 시대와 다른 방식으로 작곡된 음악 장르였다. 중세 천 년 동안 작곡 방식은 먼저 선율 작곡한 후, 그 선율 위에 가사를 붙이는 방식이었다. 그러니까 중세 시대의 성악곡은 가사를 충실히 표현하기보다는 의미나 내용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의 성악곡, 특히 마드리갈은 가사의 의미를 이전보다는 생생하게 묘사하는 음악 장르였다. 예를 들어 노랫말 중에 ‘하늘’이라는 단어는 높은음으로 처리하고, ‘달려간다’는 단어는 짧고 빠른 리듬으로, 문맥 상 강조해야 하는 단어는 소프라노, 알토, 테너, 바리톤 성부를 오가면서 노래하도록 했다. 이러한 표현 방식을 가사에 음악이 예약되어 있다고 해서 무지카 레제르바타(musica reservata)라고 불렀다. 이렇게 작곡된 마드리갈은 적어도 이전의 성악곡보다 음악을 듣거나 부르는 즐거움이 크지 않았을까?!  


기독교 중심 세계관에서 인간 중심의 세계관으로 변화는, 신을 찬양하는 음악에서 인간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의 발전으로 이어졌고, 그 변화의 중심에 마드리갈이 있었다. 초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발전하던 마드리갈은 이탈리아 음악가들이 유럽 각지에서 활동함으로써 확산된다. 16세기 중반에 마드리갈은 영국에서도 크게 유행하였다. 23명 작곡가의 25곡이 수록된 『오리아나의 승리』(The Triumphes of Oriana 1601)는 영국의 대표적인 마드리갈 선곡 집이다. 이 선곡집 중에 토마스 윌크스(T. Weelkes, 1575-1623)〈라트모스 언덕에서 베스타 여신이 내려올 때〉(As Vesta was from Latmos Hill descending)는 작곡가의 재치가 돋보이는 마드리갈이다. 예를 들어, 가사 ‘언던’(hill)은 높은 음역 대의 음으로, ‘내려가는’(descending)은 높은음에서 낮은음으로 진행하고, ‘올라가는’(ascending)은 상행하는 선율로, ‘뛰어 내려가다’(running down)은 당연히 하행하는 선율로, ‘둘씩’(two by two)는 성악가 둘이 노래하고, ‘셋씩’(three by three)은 성악가 세 명이 노래하고, ‘모두’(together)는 여섯 명 모두를 노래하고, ‘만수무강하소서 오리아나’(Long live  fair Oriana)는 각각의 성부에서 군중이 만세를 외치는 것처럼 작곡했다.


르네상스 시대에 발생한 마드리갈은 16세기 바로크 시대에서 변화를 겪게 된다. 즉, 무반주 연주방식의 마드리갈은 바로크 시대에는 기악 반주의 마드리갈로 변모한다. 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C. Monteverdi, 1567-1643)마드리갈 8권 전쟁과 사랑(Madrigali Guerrieri, et Amorosi) 7태워지고, 타오르고, 소멸되고, 태워지고: 실행된다.’(ardo, avvampo, mi struggo, ardo: accorrete amici)를 들어보면 그 특징을 알 수 있다.


17세기 중반을 넘어가면서 마드리갈의 인기는 쇠락했다. 이 시기에 새롭게 부상한 오페라의 대중적 인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고전주의 시대와 낭만주의 시대에 소수의 작곡가가 마드리갈 작품을 남겼고, 댕디(V. d'Indy, 1851-1931)·힌데미트(P. Hindemith, 1895-1963)·리게티(G. Ligeti, 1923-2006)와 같은 20세기 현대 작곡가들이 500여 년의 맥을 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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