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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 Mar 18. 2022

빈 왈츠를 위하여

모리스 라벨. 관현악을 위한 무용시, 라 발스

관현악을 위한 무용시 〈라 발스〉

 La Valse, Choreographic Poem for Orchestra  

     

프랑스 출신 작곡가 모리스 라벨(M. Ravel, 1875-1937)은 드뷔시와 함께 모더니즘(Modernism)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인상주의 양식을 이끈 작곡가였다. 그의 작품 중에 예외적으로 낭만주의 작품으로 평가되는 〈라 발스〉(La  Valse Cheoreographic Poem for Orchestra, 1929)는 1919년 러시아 안무가 세르게이 디아길레프(1872-1929)가 발레곡을 위촉함으로써 탄생했다.


라벨의 군인 시절(1916)


〈라 발스〉는 라벨이 악보 서문에 제시한 것처럼 당시 빈의 무도 홀에서 왈츠를 추고 있는 장면을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라벨에 의하면 배경은 “1855년경 무도회”가 펼쳐지고 있는 한 궁정이다.

첫 장면은 이렇게 시작된다. “소용돌이치는 구름 사이로, 왈츠를 추는 커플들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관악기의 반음계적 선율 진행과 현악기군의 트레몰로, 하프의 펼쳐진 화음은 소용돌이치는 구름과 그 속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커플들을 표현한다. 왈츠 음악이 들리긴 하지만, 어둡다. “점차 구름이 흩어진다. 사람들로 붐비는 홀이 보인다. 장면은 서서히 밝아진다.” 그 속에서 왈츠가 연주되지만, 여전히 경쾌하지 않다. “포르티시모로 [연주하는 부분에서] 샹들리에의 불빛이 찬란하게 빛을 발한다.” 비로소 이 지점에서 음악은 빈풍의 화려한 왈츠가 연주된다.

전체 작품 곳곳에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과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를 연상케 하는 음악들이 스쳐 지나간다. 이러한 슈트라우스의 음악은 무대회가 열리고 있는 빈의 궁정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듯하다. 그리고 강렬한 성격의 왈츠와 우아한 왈츠가 교대되며 진행되는 음악에서 독무(獨舞)와 쌍무(雙舞)를 떠오르게 한다.


관현악을 위한 무용시 〈라 발스〉는 역동적인 왈츠의 기본 리듬이 짙게 깔려 있지만, 악기들의 거친 음향과 반음계적 화음이 만들어내는 그 음악 자체가 극적이고 묘사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 작품은 춤을 위한 무도회용 음악보다는 라벨의 시선에 비췬 당시 빈의 무도회의 ‘장면’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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