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완전한 존재로 태어났다. 먹지도 마시지도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았으며, 내 몸에서 더러운 것을 배출하지도 않았다. 이런 완벽한 나를 여흑막이 망쳐 놓았다.
내가 어떤 곳인지 파악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감시자가 나를 번쩍 안아 들었다. 갑작스러운 몸의 상승에 깜짝 놀라 부끄럽게도 울고 말았다. "응애 응애" 나의 울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감시자는 나의 엉덩이를 툭툭 두드리며 하얀 방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감시자가 문을 열고 도착한 곳은 추레한 하얀 옷을 입고 있는 여자들이 모여있었다. 그 여자들은 허리에 자그마한 침대를 하나씩 차고 일정한 간격으로 앉아 나와 같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감시자는 내가 예전에 봤던 여흑막에게 나를 건네주었다. 여흑막은 조심스레 나를 받아서 허리에 차고 있던 침대에 나를 내려놓았다. '나에게 어떤 짓을 하려고 나를 데리고 왔지?'라고 생각하며 불안에 떨고 있었다.
여자들 앞에는 나이 든 감시자가 한 명 있었는데 여자들에게 무엇인가를 계속 설명을 했다. 어느 정도 설명을 한 후 감시자는 우리들과 비슷하게 생긴 마네킹 하나를 들고 왔다. 무표정한 마네킹을 보면서 나는 어떤 일이 나중에 벌어질지 두려움 속에서 계속 지켜봤다. 감시자는 마네킹을 허리에 찬 침대에 눕히고는 또 설명을 하다가 갑작스레 가슴으로 마네킹의 얼굴을 누르기 시작했다. '어떻게 사람을 저렇게 다룰 수가 있지? 질식시키는 고문을 가르치는 곳이잖아'
여흑막은 고문하는 법을 계속 상기하듯이 감시자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감시자의 강렬하고 잔혹했던 설명이 끝났다. '이제 내 차례인가? 정말 저렇게 한다고?'라고 생각하는 순간 여흑막은 감시자가 했던 행동들을 기대에 찬 얼굴을 하며 따라 하기 시작했다. 먼저 여흑막은 나의 목 뒤에 자신의 팔을 받쳐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켰다. 그리고는 추레한 하얀 옷을 벌려 가슴을 꺼내 놓았다. 난 그 순간 거기 있는 누구보다 억울했다. 내가 주위를 둘러보니 나를 담당하는 여흑막의 가슴은 다른 여자들보다도 더욱 컸다. A, B, C, D로 크기 순서대로 단계를 나눈다고 한다면 나의 여흑막은 D단계는 가뿐히 될 만큼 거대했다. 그 거대함에 나는 더욱 왜소해지는 것을 느꼈고 위축되어 갔다. '저 거대한 것으로 나의 얼굴을 짓누른다면 나는 버틸 수 없어.' 같은 처지라고 생각했던 다른 사람들이 작은 가슴 앞에 놓여 있는 것이 너무 부러웠다. 왜 나만 이런 더 큰 시련을 겪어야만 하는지 하늘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거대한 가슴이 점점 나의 얼굴로 다가왔고 나는 본능적으로 숨을 더 쉬기 위해 입을 최대한 힘껏 벌렸다. 이런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의 조그마한 입은 가슴으로 가득 채워져 공기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하나도 없어져 버렸다. '삶을 이대로 포기할 순 없어.' 나는 겨우겨우 코로 숨을 쉬면서 살아남고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더 살기 위해 입으로 힘껏 공기를 빨아 당겼다. 그러나 그토록 원했던 공기가 아닌 어떤 액체가 순간적으로 여흑막의 커다란 가슴에서 나왔고 나의 숨은 더 가빠져 나도 몰래 그 액체를 삼키게 되었다. 나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살고자 더 힘차게 빨아 당겼고 내 입으로 더 많은 액체가 목으로 넘겨졌다.
여흑막의 계획은 사악하고 치밀했다. 나의 숨을 막음으로써 강제로 액체를 마시게 한 것이었다. 그 액체는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나는 숨을 쉬기 위한 것이 아닌 액체를 마시기 위해 노력하는 처참한 나를 깨닫게 되었다.
여흑막이 나를 세뇌시키는 첫 단계는 바로 음료에 중독시키는 것이었다. 이때가 바로 여흑막이 나를 영락하게 만든 시점이었다. 외부의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았던 내가 여흑막이 주는 액체를 마시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나는 중독자처럼 점점 액체를 갈구하는 내 몸을 느끼고 있었다. 더욱이 두려웠던 점은 원망스러웠던 여흑막에게 애착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더 끔찍한 것은 그 액체를 마심으로써 내 몸 안에서 더러운 것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더러운 것이 점점 내 몸에 가득 차게 되었을 때 몸 밖으로 배출되었다. 더러운 것이 내 엉덩이에 닿을 때 난 그 축축함에 몸서리쳐졌다. 축축함을 벗어나는 것은 내가 할 수 없었다. 감시자가 옷을 갈아입혀 주어야만 축축함에서 해방될 수 있었기에 자괴감 마저 들었다.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여흑막이 내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리고 나를 더 홀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처음엔 본인이 직접 가슴에서 갓 나온 음료를 바로 주었지만 나중엔 투명한 통에 음료를 담아두고 신선하지도 않은 액체를 감시자에게 시켜 나에게 먹이기 시작했다. 나는 치욕적이게도 거부하지 못하고 허겁지겁 마시고 있었다. '난 더 이상 완전한 존재가 아니야. 타락하고 거기서 더 타락한 존재일 뿐' 서글픔에 나는 목놓아 울었다. "응애 응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