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예찬

제6화 팔방미인 말고 십전무결

by 동상

국밥을 왜 그렇게 사랑한다고 물어본다면 맛있다는 말 말고도 해줄 말이 너무나 많다. 이번 글은 아직도 깨닫지 못한 사람들을 위하여 직접적으로 국밥을 예찬해 보자.


먼저, 신속함. 식당에서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음식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다. 특히 나처럼 성질 급한 사람에게 이 시간은 곤욕이다. 파인 다이닝을 가서 주문을 하면 처음 식전 음식이 나오는 것도 10분은 걸리고 메인 디쉬가 나오려면 30분은 걸린다. 하지만 국밥은 반찬 나오는데 1분 컷. 국밥 나오는데 아주 길어도 10분. 짧은 곳은 3분이다. 내가 돼지국밥을 주문하면 식당 아주머니는 간결하게 주방에 “돼지 하나”를 외치시고는 바로 반찬이 착착 올려주신다. 내가 반찬을 조금씩 맛보기가 무섭게 “뜨겁습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국밥이 나오는 이 모든 것이 3분 내에 이루어진다.


두 번째 저렴한 가격. 내가 경제적 자립을 하기 전 용돈으로 부담 없이 사 먹을 때도 국밥이었고 사회 초년생으로 벌이가 적었을 때도 먹었을 정도로 부담 없는 가격(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지금은 예전에 비해 가격이 많이 올라서 서럽다.)이다.


세 번째 풍부함. 김치, 양파, 마늘, 부추, 깍두기 등 갖가지의 다양한 반찬. 뜨끈하고 깊은 맛의 국물. 든든하고 언제든지 미소 지어지는 돼지고기. 그 안에 들어있는 따뜻한 밥. 국물에 풀어 한입에 쭉 당길 수 있는 소면까지 이 모든 게 국밥에 있다.


네 번째 든든함. 난 개인적으로 게임을 좋아한다. 게임에서 자주 나오는 음식이 바로 국밥이다. “국밥같이 든든하다. 국밥 같은 탱커”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국밥의 그 든든함. 한 그릇을 뚝딱 비우면 나의 배고픔은 언제 그랬는가 싶을 정도로 포만감에 휩싸여 사라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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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다양성. 돼지국밥이 질린다고요? 그럼 씹는 맛이 있는 내장국밥. 내장국밥만 먹는 것이 질린다고요? 그럼 고기와 내장을 같이 먹어 볼 수 있는 섞어 국밥. 느끼한 비계가 싫다고요? 순살국밥. 국밥계의 사파인 순대돼지국밥. 밥의 본연의 맛을 즐기고 싶다고요 따로국밥. 난 밥이 싫고 면이 좋아요. 국수국밥까지 다양하게 개인의 취향에 따라 골라먹을 수 있다.


여섯째 변신성. 국밥은 한 끼의 식사로 주로 애용하지만 다른 것으로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천의 얼굴의 배우다. 수육과 함께 즐길 수 잇는 고기와 밥이 빠진 국물로도 역할을 할 수 있고 술안주를 위하여 밥만 빠지고 고기와 내장 등이 극대화된 술국으로도 역할을 할 수 있다. 국밥의 변신은 무죄.


일곱째 정성. 국밥의 트레이드마크인 진하디 진한 뽀얀 국물을 우리기 위해서는 최소 몇 시간은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마냥 끓이기만 해서도 안 되고 국물 위에 뜨는 기름과 찌꺼기를 손수 제거해야 잡내가 없는 구수한 맛이 우러난다.


여덟째 전문성. 요새는 집에서 많이 만들어 먹는다. 하지만 그 한 그릇을 위해 몇 시간을 투자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대기업의 맛인 사골을 사 와서 먹더라도 식당에서 먹는 그 맛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꼭 식당에서 사 먹어야 할 것 같은 음식 국밥이다.


아홉째 유비쿼터스. 아침 해장을 위한 음식으로 최고는 국밥, 든든한 점심 한 끼를 위한 음식으로 최고는 국밥, 탈진할 거 같은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먹고 싶은 음식으로 최고는 국밥, 밤에 소주 안주로 최고는 국밥, 새벽까지 술을 진탕 먹고 마무리로 들어가기 전 먹고 싶은 음식으로 최고는 국밥, 언제든지 먹어도 괜찮은 것이 국밥이다. 하지만 내가 언제든지 먹고 싶어 한다고 해도 식당이 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하지만 국밥집은 무려 24시간인 집이 흔하다.


마지막 접근성. 길을 걷다 보면 흔히 보이는 식당은 바로 국밥집이다. 시장에 가면 꼭 있는 것이 국밥집이고 식당가에도 어김없이 있고 뜬금없이 길가에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와이프와 같이 길을 걷다가 국밥집을 멍하니 보고 있을 때가 종종 생기는데 그때 와이프의 눈초리가 무서워진다. 식당 중에 가장 많은 것은 과연 중국집일까 국밥집일까? 한번 조사해 봐야지. 식당계의 편의점 국밥집이다.


시간과 장소를 구애받지 않고 언제 먹어도 맛이 있으며 든든함의 대명사처럼 양도 많으며 정성스러운 음식 국밥. 내가 어떻게 이런 국밥에 환장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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